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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an Lee Apr 20. 2024

[미학적 단상]질문

어떻게 살까요?

무너진 흙더미 속에서

풀이 돋는다


신이 내게 묻는다면

오늘 내가 무슨 말을 하리

저 미물보다

더 무엇이라고 말을 하리

다만 부끄러워

때때로 울었노라

대답할 수 있을 뿐


풀은 자라

푸른 숲을 이루고

조용히 그늘을 만들 때

말만 많은 우리

뼈대도 없이 볼품도 없이

키만 커간다

신이 내게 묻는다면

오늘 내가 무슨 말을 하리

다만 부끄러워

때때로 울었노라

대답할 수 있을 뿐.


신이 내게 묻는다면 / 천양희


ㅡㅡㅡㅡㅡ


누가 묻는다. 어떻게 살고 싶냐고.

종종 받는 질문에 얼렁뚱땅 넘기다가 언젠가부터 이렇게 답하기로 했다. 시처럼 간결하게 살고 싶다고.


시인의 어느날의 마음처럼 아름다워도 좋겠고, 어느날처럼 아파도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는 걸 시를 통해 깨닫는다.


신의 아들이 남긴 짧지만 지상에 머무는 긴 여운이 시다.

살짝 눈빛을 흘기며 야옹 한마디만 남기고 훌쩍 돌아서 도도하게 걸어가는 고양이 발자국이 한줄 시다.


내가 키우는 고양이와

가끔 찾아 읽는 천양희님의 아름다운 시 한편.


뜨겁게? 재밌게? 부자로?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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