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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오잡 Mar 16. 2024

[서평] 모순

양귀자


나는 인정한다 나의 기대가 컸다는 것을 


이름난 소설가의 유명한 작품이라 기대가 컸고, 솔직히 잘 쓰여진 장편이지만 재미있는 소설이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인물이나 상황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친절한 나머지 독자의 상상이나 예측을 통해 인물을 알아가는 과정이 거의 필요 없었다. 어머니를 제외한 주요 인물들은 각자 대본을 들고 연기를 하듯 작위적인 느낌으로 가공되었다. 그리하여 삶의 모순에 대해, 마치 정답이 지문 속에 나와 있는 객관식 문제를 푼 것 처럼,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거의 정확하고 분명하게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모는 그렇게 죽어버리면 안되는 거였다. 이혼을 하든 도망을 가든 그 평화롭고 우아하고 부유한 삶에서 빠져나와서 그 지리멸렬한 인생에 대한 발악과 투쟁을 보여주며 불행의 삶이라도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누렸어야 했다. 안진진도 나영규와 결혼따위를 하면 안되는 거였다. 신성한 의식이라도 치르듯이 형수 몰래 형의 양말을 빠는 김장우를 사랑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그와 함께 삶을 탐구했어야 했다. 


출간 당시의 시대상이나 저자의 다른 작품을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아쉬움을 넘어 서운함만 가득 남긴 소설이다. 저자의 다른 작품을 읽을 기회가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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