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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오잡 Mar 23. 2024

시즌 2

사교성 없는 자의 친구만들기


남편은 말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스트레스 받는 만큼 늘게 되어있다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지역 교육청에서 마련한 외국인 부모를 위한 영어수업에 등록했다. 이 수업은 엄청 싸고(한 학기에 $25), 시간이 길고(하루 4시간, 주 4일), 수강생이 많아서(우리반은 대략 60명정도...) 시작도 하기 전에 비효율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예전에 다녔던 ESL 수업을 생각해 봤다. 미국에 살지만 미국말을 할 기회가 거의 없는 나의 하루하루를 생각해 봤다. 여기서 나와 60명의 영어가 얼마나 급성장을 할 수 있을까. 목표를 잘 잡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 여기서는 친구를 한번 만들어 보자. 


자체적으로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것을 수업목표로 잡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일단 성격이...찐INTP...인상도 좀 차가운 편이라, 외모로 호감을 주는 타입도 아니다. 그래도! 나의 친구가 되어줄 마음 좋은 사람 한 명 쯤은 있겠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같이 수업을 듣는 세계 각국에서 온 60여명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 이상형이 있었다. 유난히 성격 좋아보이는, 얼굴도 이쁜 일본아줌마. 나이가 같은 것을 핑계로 점심이나 먹자고 했다. 일본 만화 좋아한다고, 줏어 들은 일본 연예인 얘기를 하며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고 접근했다. 대신 나는 한국어를 가르쳐주겠노라 유혹했다. 이렇게 글로 써보니 몹시 부정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몹시 자연스러웠고...하여간 우리는 곧 매우 친해졌다. 그리고 알고 보니 그녀는 영어영문학 전공자. 역시 나의 안목은 대단하네. 그녀와 수다를 떨며, 옳은 표현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어느 날은 애들이랑 동네 수영장에서 아시안 가족을 만났다. 우리 아이들 또래의 남자아이 하나를 키우는 집이었고,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기에 적당히 서로 미소를 짓다 헤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날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났다. 운명의 데스티니!!!! 대만에서 온 가족이었고, 아내분은 휴스턴 대학의 교수님이었다. 구하면 얻는다고 했던가. 나는 드물게 적극적인 태도로 그들과 친목을 다지기 시작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영어실력은 정말 형편없지만, 그땐 정말 말이 잘 안통했다. 그렇지만, 동아시안의 문화 정서 공유란 대단해서, 우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곳에서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였다. 한국, 일본, 대만에서 각각 나고 자라 미국 텍사스 시골 동네에서 만나게 된 우리는 남의 나라에서 생활하는 불편함과 슬픔을 함께 나눴다. 연예인 얘기를 하고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삶을 나눴다. 각자 자신있는 고향 요리를 만들어 나눠 먹었으며, 사소한 일상들을 나누고 동네 맛집을 공유했다. 동네 수영장에서 하루종일 물놀이를 하고 산과 강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제 일본 친구는 고국으로 돌아가 곁에 없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 안부를 묻고, 추억을 서로에게 상기시킨다. 


이 친구들 덕분에, 나는 영어 말하기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만약 내가 기적같이 영어 원어민과 친구가 되었다한들 이렇게 자연스럽고 너그러운 훈련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청자일 경우, 말을 제대로 못알아 들었을 때, 원어민들은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다수의 비원어민은 다른 표현이나 단어를 찾아서 말해준다. 원어민들에게 의사소통의 부드럽지 않음은 일방(나)의 문제이고 비원어민간의 경우, 양방의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내가 화자일 경우, 원어민들은 대충 찰떡같이 알아 들어 준다. 들어야 하는 내용이 뻔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더듬거리기만 해도 원어민들은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알아채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생애 첫 외국인 친구들이였고, 한국인을 제외한 미국에서의 첫 번째 인간관계였다. 영어를 못해도 마음 전할 수 있고, 영어를 못해도 우정을 쌓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증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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