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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신 Jun 08. 2021

애쓰지 않는 삶

내 마음을 스치는 모든 것은 돌멩이처럼 단단해졌다.

요즘은 마음이 평안하다. 

권태로움과 무료함, 우울은 때때로 찾아오긴 하나 일렁거리는 마음을 안고 사는 사람으로서 떼어놓을 수 없는 파도라고 생각하며. 요즘의 평온한 마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무언가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나의 믿음은 행동을 지지부진하게 만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툭툭 던지듯이 그냥 해보자 라는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무거워졌다. 

꼭 나를 스쳐 지나가면 그 모든 것이 돌멩이처럼 단단해졌다. 왜 그랬을까.

 이면에는 늘 기대와 불안이 있었다. 이 거대한 요동치는 감정은 어디에서 왔을까? 우습게도, 모든 게 딱딱 떨어지는 수학 문제의 답은 지루해하고 직선 형태의 자로 잰 듯 반듯반듯한 그림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내 삶 만 큼은 계획대로 딱딱 떨어지기를 원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열심히만 하면 내가 그렸던 플랜처럼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줄 알았다. 그래서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달리고 한껏 기대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늘 내가 계획하고 기대했던 것과 같지 않았다. 나는 다시 실망하고 슬퍼하고 그러나 또다시 시도하고 좌절하고 다시 속상해했다. 이런 일련의 끊임없는 반복에 불안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이십 대는 우울과 안달, 조급함과 불안이었다.   


 요즘에 나는 어떻게 평안함에 도달했을까. 이전의 나는 힘들 때면 감정의 너울에 중심을 못 잡고 휘청대느라 그 이면의 마음을 보지 못했다. 마음속에서 하염없이 올라오는 감정에 집착했던 것이다. 이제는 하루에도 넘나드는 변덕스러운 마음과 감정들이 올라올 때면 나는 그냥 그 감정을 흐르게 한다. 올라오는 감정에 하나하나 집착할수록 거대한 파도가 되어 나를 덮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생에서 그토록 얻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내게 남은건 다음날 또 다음날을 기약하며 이를 꽉 물고 하루를 견디다 앙다물어 저릿한 턱과 부서진 잇몸뿐이었다. 애쓰지 않는 마음으로 나는 그냥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하루를 산다. 


흘러가는 강물을 그린,  @shinibu_

https://www.instagram.com/shinibu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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