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을 알 수 없이 생각하고는 한다. 그런데 이 많은 생각들에는 큰 단점이 있다. 생각이 많은 만큼 걱정도 불안도 고민도 똑같이 많다는 점이다. 한번 무언가를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고민하면 끝이 없다. 이러한 생각들은 내 기분과 몸을 망치고 결론적으로 나를 망친다. 또 내 기분으로 하여금 내 주변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었다. 쉽게 기분이 요동치지 않는 만큼 한번 기분이 망쳐지고 나면 내 주변에서도 다 알 수 있었다. 때문에 내 주변사람들은 나로 인해 감정을 소모해야 했다.
우울은 언제나 갑자기 우리의 삶에 찾아오곤 한다. 때문에 혼자서도 우울한 기분을 툭툭 털어내고 일어나고 싶었다. 또 끙끙 앓는 날들이 너무나도 아팠기에 더 이상 마음이 다치고 싶지 않았다. 필요 없는 생각을 줄이고 좋은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했다. 나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주 기분변화가 일어나지도 않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를 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번씩 크게 요동치는 마음을 해결하는 법을 몰랐다. 잡생각들을 떨쳐내고 긍정적인 마인드셋으로 나를 다시 바로 잡는 탄력성이 부족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지 생각하고 걱정과 불안을 없애기 위해 억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억지로는 불안과 걱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미 걱정과 불안을 가지고 있는데 긍정을 끼워 맞추려고 했으니 그 조각이 맞지 않았다. 부정은 긍정보다 더 큰 조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마음이 크게 자리 잡았는데 거기에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려니 긍정의 조각이 커지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나는 부정의 조각을 줄여 보기로 했다.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이 긍정이다. 원효대사가 어두운 동굴에서 해골물을 마시고 날이 밝고서는 자신이 마셨던 물이 해골물임을 알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나는 여기서 긍정의 포인트를 보았다. 원효대사는 이미 물을 마셨고. 갈증 상태에 물이 없었더라면 힘들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물을 발견한 것이다. 비록 해골물 일지라도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게 긍정적인 마인드의 원천이다. 물이 필요한 상황에 어두운 동굴이 아닌 밝은 곳에서 눈앞에 해골물을 발견한다면 어떨까? 해골로 인해 두렵고 꺼려질 수 있다. 그러나 결국은 물을 찾은 것이 아닌가? 나를 힘들게 하는 걱정, 불안, 고민과 같은 부정의 조각은 해골일 뿐이다. 내가 진정 봐야 하는 것은 해골이 아닌 물이다. 해골의 두려움에 해골물에 손도 못 대고 힘들어하는 건 너무 어리석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 부정적인 마음은 실처럼 엉킬 테니 실을 푸는 법이 아닌, 실을 엉키지 않도록 하는 법을 배웠다. 마음의 실이 곧게 나아가도록. 걱정과 불안은 내 마음이 만드는 것이니 내가 만들지 않으면 될 일이다. 해골을 무서워하지 않고 해골물을 마시다 보면 언젠가는 해골이 사라지고 깨끗한 물만 마시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