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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영과 본질 Aug 14. 2023

그리워질 모든 순간들에게

몸을 수십 번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는 날이다. 눈을 감고 빠르게 달콤한 잠에 빠져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있었더니 과거가 되어버린 모든 순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 아빠와 단둘이 갔었던 해외여행에서 피곤한 일정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와 깔깔거리면서 했던 게임, 저번 달에 친구들과 먹었던 햄버거, 오늘 만난 친구와 했던 사소한 대화들까지 모든 순간들은 이미 과거가 되어 있었다.


떠올린 다양한 기억들 중에서도 오늘 있었던 일들은 더욱 향기롭고 알록달록하게 기억이 났다. 먼 과거의 기억들은 마치 색 바랜 셔츠처럼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그렇게 달라진 기억들도 과거에는 오늘로써 향기롭고 알록달록 했을 테지만, 과거의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도 결국은 먼 과거가 된다.


정말 향이 좋은 차도 점차 깊고 진한 향을 잃기 마련이다. 정말 좋은 하루를 보냈어도 오늘은 결국 향을 잃은 과거가 된다. 나는 그 과거를 다시 마시고 싶은 좋은 향의 차처럼 그리워하게 된다.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날들은 그리워질 순간들이다. 언젠간 그리울 오늘은 색이 바래고 향이 옅어지기에 너무나도 아쉽다.


이런저런 생각이 마구 떠오르다, 결국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오늘을 다시 생각했다. 서로 일정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서로가 너무 그리웠고 이 만남이 무척이나 기대되었다고 말했다. 과거 즐거웠던 기억이 오늘 우리의 만남을 기대하게 만든 것이다. 우리는 꽤 오랜 기간 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어색함 하나 없이 재밌는 하루를 보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나누었던 대화들은 나를 포근하게 재워주었다.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 나는 따듯한 오늘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저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하고 먹고 보기만 해도 그 하루는 그리울 오늘이자 기대되는 내일을 만들 테니.


나에게는 그리워질 모든 순간이, 두근두근 기대되는 미래와 매일을 살아가는 오늘의 내가 있다. 그리워질 모든 순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날들은 나에게 있어 꽤나 찬연했던 날이었다고. 그날들이 행복했기에 정말 고마웠다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지만 또다시 주어진 오늘을 빛나고 행복하게 살아가겠다고.


두근거리며 기대되는 모든 미래들은 모든 오늘이었던 과거들이 모여 만든다. 나는 내일도 나의 먼 미래도 너무나도 기대된다. 그건 아마 내 모든 오늘들이 나에게 기대를 줄만한 하루를 선물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더욱 기대되는 내일을 위해 그리고 당장 오늘의 내 행복을 위해 언젠가는 그리워질 오늘을 만들려고 한다. 최선을 다해 즐겁고 행복하게 오늘을 채워가다 보면 자연스레 그리워질 모든 순간이, 기대될 모든 미래가 된다. 오늘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순간들인지를 새삼 느낀다. 째깍이며 지나가는 모든 오늘의 시간들이 그리워질 모든 순간들이기에.

 

그리워질 모든 순간들과 기대되는 미래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나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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