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회차처럼 살고 싶다
- 역 내에서 든 생각
슬리퍼 뒤축이 닳는 걸 우려해
앞꿈치에 힘을 주고 걸었다
그냥 그러지 않기로 했다.
슬리퍼의 뒤가 끌리는 소리를 이어폰으로 막아버리니
한결 신경쓰지 않아도 됐다.
지하철 환승시간에 쫓기지 않는 순간이 좋다
에스컬레이터의 왼쪽으로 가도 되지 않아도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폭풍 오기 전 바다가 고요하고
해가 뜨기 전 새벽이 어둡다고
말한다
난 그저 폭풍이 와도 해가 떠도
적당히 고요하고
적당히 어두우려
한다
언제나 기복이 있을 수 밖에 없겠지만, 세상 만사 달관한 면모가 내게 좀 더 진하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유와 달관과 너그러움과 온유함.
- 시간의 상대성
누구랑
어떻게
시간을 보내도
똑같이 시간은 흐른다
그러니까
누구랑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충분한 고뇌를 거치자
어차피 내 시간은 똑같이 흐른다. 체감 상은 다를 수 있어도, 흐른다 똑같이.
이왕 똑같이 흐르는 시간, 별 생각 하지말고 그 시간을 소중하게 '유의미'하게 사용하는 데에 집중해야겠다.
- 러너스 하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달리기를 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을 때
이겨내려 너를 떠올려보아도
아무 도움이 안됐던 것이
내가 널 진정으로 사랑하는 걸 방증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철저히 널 오래, 잔잔하게 사랑한다
- 배려가 의무인 줄 아는 노인들이 싫다.
곱게, 정말 지혜롭게 노화를 겪어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