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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Jan 09. 2024

제2의 아해를 상상해

분열 아닌 분리

어느덧 10번째 미션 레터.


아이들에게 매일 아침 미션 레터를 보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작 나는 5년 후, 10년 후 미래를 생생하게 상상하는데 유능한가? 무엇보다 그 씬을 믿는지, 긍정하는지.


얼마 전, 부자 혹은 돈 하면 떠오르는 것을 3가지 써보라는 말에 하나씩 써 내려갔다. 긍정적인지, 부정적인 지도. 거기까진 원래 알던 나였는데, 그 후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느낌은 내면에서 온 건가요 아니면 누군가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인가요?'라는 질문을 듣고 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부자에 대해선 사업 수완을 갖춘, 부지런하고 긍정적인 기버라고 답했지만, 돈에 대해서세금, 이자, 사기 등 복잡하고 위험한 것으로 인식했다. 이 괴리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어떤 책, 어떤 사람, 어떤 사건에 영향을 받은 걸까?


언제나 살고 싶은 나는 실제의 나에게 매몰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의 내가 계속 변한다면? 나쁜 영향도 받지만 좋은 영향도 받아서 다른 목표와 습관을 갖게 된다면? 대학 시절 희곡 수업에서 교수님이 던졌던 질문이 떠오른다.


교수: 비극의 정의가 뭘까요?


학생 1: 슬픈 일을 겪는 거요.


학생 2: 빌런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것?


교수: 비극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입니다.



그래서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라, 끝이 좋으면 희극이라고. 현재의 나를 합리화하고 미화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보다 1000배는 밝고, 실행력이 뛰어나고, 유머러스하고,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하게 되었고, 가르치는 아이들을 좀 더 성숙하게 사랑하게 되었다.


다음 주, 다음 달, 내년, 3년 후, 5년 후, 10년 후에는 삶에 대해, 돈에 대해, 가족에 대해, 관계에 대해, 궁극적으로 나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나를 상상하는 힘. 제2의 아해를, 완전히 다른 나를, 자아 '분열'이 아니라 현재의 나와 '분리'된 '변하는 나'로 생각하는 것.




<Be Your Future Self Now>, 82



과거에 무지하고 불안했던 나도 여기로 흘러왔고, 지금의 나도 더 괜찮은 나로 흘러가고 있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와 이전 시도에 대한 좌절, 해결책이 없는 막막함은 부정적인 피드백이 되어 현재의 나를 원망하게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일을 버겁게 만든다. 그 영화 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비약이 심한 서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변했다. 그러므로 또 변할 것이다.  


뭉클 북클럽은 배우고 성장하고자 하는 에너지를 한데 모으기 위해 만든 것이다. 나도 그런 커뮤니티를 찾고 소속되고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경쟁보다는 함께 성장하면서 서로를 긍정하는 문화에 익숙해지기를 바란다. 내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으니 아이들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아니, 아이들은 언제나 나보다 더 빨리 체득하니까.


오늘의 미션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당장 믿고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의 대화는 뜬 구름 잡기, 탁상공론에 불과하므로. '깨기 힘든 습관, 순두부 같은 멘털'이란 표현에서 형용사를 서로 바꾸면 '깨기 힘든 멘털, 순두부 같아 바꾸기 쉬운 습관'이 된다.


아이들이 미션을 통해 스스로 정의하는 자신에 대해 용감하게 직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여러분은 지금 3년 전과 똑같은 생각과 습관, 취향을 갖고 있나요? 그렇다면 3년 후에도 그럴까요? 기억은 쉽게 잊히고, 상상은 난해합니다. 상상하기 어렵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긍정적인 나를 유지하고, 부정적인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오늘 무엇부터 실행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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