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도 밴댕이회와 무침
밴댕이는 꽁당배(안강망, 鮟鱇網)로 잡은 뻘 밴댕이가 맛있다. 닻배(정선망, 碇船網)로 잡은 밴댕이는 그물에 있던 다른 물고기들과 부딪혀서 상처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니 아무래도 맛이 덜하다. 꽁당배는 밴댕이가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펼치고 기다리고 있다가 밴댕이가 어느 정도 그물에 차면 물살 방향으로 그물을 끌어올린다. 예전에는 삼나무나 박달나무로 만든 닻을 꽁당배에 달았다.
“5월 초부터 7월까지는 밴댕이를 주로 잡고,
7월부터 11월까지는 새우를 잡아요.
밴댕이는 여기 서해안에선 다 나요.
신안, 목포. 하지만 강화도 밴댕이를 최고로 쳐요.
어르신들은 밴댕이를 쪄서 허옇게 많이 드시죠.
소금 간만 해서 구수한 맛에 드세요.”
강화도 밴댕이가 최고가 된 이유는 플랑크톤이 풍부한 바다 때문이다. 먹이가 풍부하여 밴댕이가 산란하기 알맞은 환경이다. 그러한 바다를 지척에 두어서 신선한 밴댕이를 먹을 수 있는 행운의 장소가 되었다.
밴댕이를 회로 먹을 때는 머리와 꼬리를 떼고 비늘을 벗긴 다음 깨끗이 씻어 뼈를 바른다. 접시에 가지런히 올린 밴댕이 한 절음을 먼저 맛본다. 은빛 껍질을 오도독 뚫고 만나는 부드러운 살이 이에 닿자마자 혀에 녹는다.
무슨 맛이었는지 생각하기도 전에 목젖 너머로 가 버렸다. 한 젓가락 다시 집어 본다. 이번엔 눈을 감고 조근조근 천천히 음미해 본다. 은빛 껍질의 냉정함 안에 이렇게 부드러운 속살을 지녔구나. 준치보다 낫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회 다음으로 찾는다는 밴댕이 무침은 숙성시킨 초고추장 덕분인지 밥에 비벼먹으면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이렇게 밴댕이의 맛에 길들여지고 난 뒤, 한풀의 더위가 지나면 밴댕이 조림이 생각날 것이다. 무와 늙은 호박을 깔고 집에서 담근 간장에 보글보글 끓인 밴댕이 조림, 거기에 강화도 순무김치만 있으면 된다.
조선시대 사옹원(궁궐의 음식재료를 담당했던 기관)에는 밴댕이를 전담하는 소어소(蘇魚所)가 있었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얼음을 사용하였고 탕과 구이로 조리하여 임금의 수라상에 올렸다. 밴댕이는 귀한 생선이었다.
‘봄 밴댕이 가을 전어’라는 말처럼, 꽃게도 6월 암게를 최고로 친다. 봄이 되면 알 배긴 암게로 간장게장을 담근다. 가을에는 살이 통통한 수게로 구수한 탕을 끓여먹는다. 쌀쌀한 아침, 코끝이 찡할 때면 꽃게탕이 그리워진다. 차가운 연평도 바다에서 나는 꽃게가 좋다고 하니 가을이 가기 전에 꽃게를 만나러 가야겠다.
신라시대 어떤 어부가 고기를 잡으려다 우연히 그물로 석불을 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나한을 모신 보문사에서 서해를 내려다본다. 점점이 보이는 꽁당배가 미동도 없이 반짝인다. 서해의 황혼은 이리도 조용하고 아름답다.
[도움 주신 분]
강화어부네꽃게탕 정찬구(남, 57세) 부부의 도란도란 이야기를 전한다.
* 위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s://ncms.nculture.org/food/story/1896?_ga=2.19955064.1351539288.1613098536-477163452.1613098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