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사무실 워크숍 차 단체로 갔던 것. 집 생각도 많이 났고 오는 길에 설사병이 나서 고생은 했지만 나와 함께 갔으면 해보지 못했을 것들을 해보고 왔으니 나름 성공한 여행이었다. 물을 많이 무서워하는 나는 수중 레저 스포츠와는 아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방문한 필리핀에서는 사 올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가장 원한 건 망고스틴이었는데 과일을 사들고 올 수는 없는 노릇이고. 피곤에 절은 남편이 끌고 온 캐리어에는 말린 망고만이 가득했다. 품목의 다양성을 위해 약간은 조잡해 보이는 라면도 함께. 딱히 원했던 것도 없어서 별수롭지 않게 여독이 묻은 짐을 정리했다.
이번 여행을 위해 장만한 까만색 백팩 사이로 조잡스러운 목걸이가 삐죽 나와있다. 알록달록한 색상이 레게 음악이라도 연주해야 할 것 같은 디자인. 착용하면 당장이라도 밥 말리의 영혼에 빙의될 것만 같은 목걸이. 이건 뭐야라는 질문에 일 달러에 샀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조잡스러운 모습에 설마 나 주려고 산건 아닐 테지 싶어 물어보니 막내 주려고 사 왔다고 한다. 역시 이번에도 '오빠, 1달러'에 지나치지 못했구나.
막내딸이 없었던 신혼 시절에는 남편이 사 온 일 달러짜리 선물은 당연히 내 몫이었다. 중국으로 갔었던 워크숍에서 사 온 선물은 코끼리가 그려진 조악한 컬러 조합의 백팩. 그때도 '오빠. 1달러'소리를 지나치지 못해서 사 왔었지. 신혼의 어린 신부였던 나는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당분간 버리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막내딸은 내일도 착용할 것을 기대하며 머리맡에 목걸이를 벗어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좋아하는 엘사의 목걸이는 이제 창피한 나이에 들어선 초등학생에게 저 싸구려 목걸이는 어떤 의미로 다가온 걸까. 나의 눈으로 보기에는 둘 다 똑같아도 아이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나 보다. 단돈 1달러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