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론 Feb 02. 2024

아침에 커피를 쏟았다

오늘 운이 안 좋으려나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시려고 포트에 물을 넣었다. 물을 끓는 동안 믹스커피 봉투를 뜯는다. 작은 컵 안에 가루 혼합물을 넣고 끓은 물을 넣었다. 봉투를 접어 휘휘 젓는다. 그리고 식탁으로 가져가려는 순간, 앞에 걸려있는 행주에 손가락이 걸리면서 뜨거운 커피를 쏟고 만다.

“앗, 뜨거워!”

순식간에 손을 뺏고 컵은 싱크대 위에 나뒹굴며 갈색의 액체는 싱크대위, 주방 마루 위, 벽의 타일로 튀어 흥건해졌다.

“아, 이게 뭐야.”

순간 기분이 안 좋다. 아침인데 무슨 이런 일이. 여태껏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오늘 하루 일진이 사나우려고 이러나. 기분이 영 찜찜해진다. 그러다 실소를 했다. 한 번도 없었을 거라는 건 내 생각뿐이고 설마 없었겠는가.


먼저 커피로 뒤집힌 손을 찬 물이 씻었다. 화상은 면하겠다. 얼마 남지 않은 커피가 들어있는 컵도 씻었다. 그 문제의 행주로 싱크대 위를 닦았다. 하얀 싱크대를 갈색으로 물들었던 곳이 순식간에 깨끗해진다. 타일 벽도 닦고 키친타월로 바닥도 닦았다. 언제 쏟았냐 싶을 정도로 다시 깨끗해졌다.


나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포트에 물을 끓이고 믹스커피를 가져왔다. 마치 지금이 처음인 것처럼 아까의 행동들을 반복했다. 조심히 가루들을 컵 안에 쏟고 조심히 물을 넣어 휘저었다. 조심스럽게 컵을 들고 식탁으로 왔다. 그리고 기분 좋게 마셨다. 처음 쏟았을 때의 찝찝한 기분이 사라진다.


한 순간의 기분이 하루를 망치기도 한다. 왠지 아침에 그릇을 깨거나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생기면 오늘 하루 운이 안 좋으려나 지레 겁먹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일들이 다 연관성이 있진 않다. 너무 확장한 관계로 보다 보니 일어나지 않은 미래까지 걱정으로 덮어 진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나에게 중요한 영향을 주는 순간이라면  실수하거나 실패했을 때 같거나 비슷한 경험으로 성공의 느낌이나 안도의 순간으로 분위기를 바꾸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침의 사건은 어느새 글을 쓰는 지금 내 기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칼질을 하다 왼쪽 두 번째 손가락을 손톱까지 다쳤는데 보호한답시고 끼었던 니트랄장갑이 내 손을 화상으로부터 구했네. 새옹지마라는 말이 딱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걷기와 등산의 어느 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