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조율되어 가는 우리
“선생님, T세요? “
얼마 전에 우리 반 아이들한테 들은 말이다.
나는 요즘 유행하는 MBTI에선 INFP. 감성형의 전형이라 여겨왔는데 처음엔 아이들의 반응에 의아해했다. 내가 T(이성형) 같다고?
학교에서의 내 모습 때문이리라. 상황을 정리해 단정한 말투로 말하고, 늘 학급일지를 챙기며 기록한다. 마치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는 듯 행동한다. 감정적인 반응,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T로 보이기에 딱이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감성에 가까운 사람이다. 독서와 그림, 산책같이 조용하고 사색하는 취미를 즐기고, 사소한 일에도 생각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눈물이 잘 나오지 않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울었을 상황에서도 이제는 이성적 판단이 앞선다. 오히려 요즘엔 남편이 드라마나 감동적인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글썽인다. 젊어서는 내가 울면 “울지 말고 차라리 말하라”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가끔은 이런 변화를 긴 인생의 과정과 연결해 생각하게 된다. 요즘은 인간의 수명이 100세, 120세까지 길어진다고 당연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 긴 시간이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의미를 갖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짧은 고무줄을 억지로 늘여놓은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짧든 길든,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결국 +와 -의 조화에 다다르는 게 아닐까 싶다. ‘새옹지마‘나 ‘고진감래‘같은 옛말에도 삶의 평균에 대한 지혜가 담겨 있다. 지금 우리가 힘든 상황을 버틸 수 있는 것도 결국 언젠가 인생의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 아닐까.
물러터졌던 나는 조금씩 단단해져 가고, 경직되었던 남편은 서서히 유연해지고 있다. 인생의 마무리에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서로의 예전 모습을 이해하며 조화를 이뤄갈 수 있을까. 어쩌면 부부가 점점 닮아간다는 말도 비슷하게 조율되는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