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먹는 축하 케이크
친구가 많은 큰 아이는 생일날 더 바쁘다. 생일 즈음엔 밀려드는 택배 상자가 출입문 앞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딸은 스스로 ‘생일주간’이라고 부르는 2주 동안은 매일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 그 또한 청춘의 한 시기라 여기며, 즐기도록 내버려 둔다. 물론 그 안에는 가족과의 축하 식사도 있다.
생일날이 되어도 서로 바빠 축하케이크의 촛불을 불 새도 없다. 어느 순간 아무 이벤트도 없이 지나가는 게 아쉬워 내 방식의 축하메시지를 건네기 시작했다. 그림으로 축하해 주기였다. 딸을 낳을 때의 감격을 되새기며, 이렇게 훌쩍 자란 딸에게 축하의 마음을 담아 그린다.
“열심히 사는 우리 딸, 생일축하해!”
그리고 생일이 되자마자 카톡으로 보내기.
개인톡으로도 보내고 가족단체톡방에도 올린다. 내 그림 뒤로 축하한다는 가족들의 메시지가 줄지어 올라온다. 텍스트만 덜렁 보내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방법. 말로 한 번 표현하는 것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어느 순간부터 해온 나만의 방식이다.
생일 축하용 용돈 쿠폰카드를 주기도 했다. 대부분 인터넷으로 딸에게 용돈을 보내준다. 그런데 그렇게 몇 초도 안 걸리는 이체로 기억에 남을까 싶어 어느 순간부터 쿠폰을 종이로 만들어 주었다. 때로는 이미지로 그려 보내기도 했다. 역시 온라인에서 휘발되는 것보다는 손과 눈의 감각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더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따로 보낸 용돈과 함께 주었을 때 이게 뭐야 하는 눈으로 보던 딸은 내용을 보더니 재미있어하면서 동생들에게 사진 찍어 달라고 한다. 그리곤 자신의 블로그 일기장에 남겼다. 무언가 기록된다는 건 딸의 기억에 더 생생하게 남을 수 있다는 의미 같아 뿌듯했다. 그림 그리는 엄마만의 특별한 축하 방법이었다.
이미 그린 그림으로 돌려 막기 하듯이 보내다 보니 첫째 생일카드와 둘째 생일카드가 같을 때도 있다. 물론 카드에 올라가는 메시지는 다르지만. 하지만 딸들은 굳이 따지지 않는다. 생일날 올라오는 생생한 축하카드로 한마디 툭 던진 텍스트보다 더 좋아했다.
좀 더 현실적인 좋은 점도 있다. 케이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딸들에게 생일의 의미만 전달할 수 있어 좋고 누구도 먹지 않는 케이크를 버리지 않아 더욱 좋다. 친구들에게 기쁘게 받은 꽃다발은 이후 내게 건네진다. 그렇게 며칠간 식탁 위를 장식하다 쓰레기봉투로 직행해 버리는 안타까움도 없어 좋다.
그림과 진심이 함께하는 이 특별한 축하는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