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소울푸드라고?
“볶은 참깨가 저의 소울푸드예요.”
“소울푸드라고요? 그걸 간식으로 먹는다고요?”
나의 소울푸드는 소개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늘 이렇다.
그렇다. 나의 소울푸드는 볶은 참깨다. 이게 무슨 소울푸드냐 싶을지도 모른다. 머리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아이스크림도, 얼얼하게 속을 풀어주는 마라탕도 아니다. 하지만 내게 볶은 참깨는 그 어떤 간식보다 위로가 된다.
작고 통통한 깨알이 입안에 들어가 이 사이에서 톡톡 터지며 씹히는 느낌과 고소함이 좋다. 하루 일을 마친 직장인이 치킨과 맥주를 들면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그 저녁의 여유로움을, 나는 볶은 참깨를 먹으며 느낀다.
나의 참깨 사랑은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도 참깨가 참 비쌌다. 게다가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으니 엄마는 고이 찬장에 모셔놓고 음식의 고명용으로 조금씩 아껴 썼다. 귀한 참깨를 입안 한가득 털어 넣다가 엄마한테 등짝을 여러 번 맞곤 했다. 엄마는 내가 못 먹게 찬장 깊숙한 곳에 깨가 담긴 통을 숨겨놓았다. 그걸 기막히게 찾아내 한 움큼씩 집어먹곤 했다. 엄마가 요리하려 꺼내면 이미 반이나 줄어 있었다.
“얘가 또 먹었네!”
지금은 친정에 가면 엄마가 늘 참깨를 한가득 볶아주신다. 그게 뭐라고 마음껏 먹지 못하게 했던 그때가 미안했다며, 늘 지퍼백 두 봉지씩 준비해 놓으셨다. 덕분에 이젠 원 없이 먹을 수 있다. 정말 대단한 호사다. 든든한 엄마의 사랑을 작은 그릇에 담아 톡톡 씹어 먹는 순간, 아, 정말 심신의 안정이란 게 이런 걸까 싶다.
뭔가 스트레스가 쌓이고 힘든 일정 뒤의 퇴근길이면 볶은 참깨 생각이 간절하다. 얼른 가서 톡톡 씹으며 재미있는 영상 하나 보면서 쉬어야지, 하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 작은 알갱이를 씹는 순간, 긴장이 풀리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아이스크림이, 떡볶이가, 마라탕이 위로를 주는 것처럼.
유독 힘들었던 한 주다. 내일은 주말이고 나는 볶은 참깨를 사러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