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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Jun 17. 2023

소울푸드

이게 소울푸드라고?

나의 소울푸드는 소개하면 다들 이렇게 말한다.

-이게 소울푸드라고?

-이걸 먹어? 간식으로?


그렇다. 나의 소울푸드는 볶은 참깨다.  무슨 이게 소울푸든가 싶을 것이다.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맵지만 속을 후련하게 하는 마라탕도 아니고. 하지만 나는 그 어떤 간식보다 볶은 참깨가 참 좋다. 그 작고 통통한 알알의 깨알이 입안에 들어가 이 사이에서 톡톡 터지는 그 느낌과 고소함이 좋다. 하루 업무를 마친 직장인이 치킨과 맥주를 들면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그 저녁의 여유로움을 나는 볶은참깨를 먹으며 느낀다.


나의 참깨 사랑은 고등학교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도 참깨가 비쌌던터였다. 게다가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으니 고이 찬장에 모셔놓고 음식의 고명용으로 조금씩 썼다. 그 귀한 참깨를 입안 한가득 털어넣는 나는 엄마한테 등짝을 여러 번 맞곤 했다. 그리고 엄마는 깊숙한 곳에 깨를 숨겨놓았지만 나는 기가 막히게 찾아서 입에 털어 넣었다.  대학에 가서는 음식용이 아닌 내 간식용으로 사서 먹었다. 지금은 친정에 가면 엄마가 일부러 먹으라고 많이 볶아놓으시곤 한다. 친정엄마는 그조차 마음껏 먹지 못하게 했던 그때가 미안했다고 하신다.  


뭔가 스트레스가 쌓이고 힘든 일정으로 마무리된 퇴근길이면 볶은 참깨 생각이 간절하다. 얼른 가서 참깨를 톡톡 씹으며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영상 하나 봐야지. 그러면서 쉬어야지 하면서 기대감이 올라간다. 어쩌면 그 작은 알갱이를 알알이 씹는 순간이 나에게는 긴장감을 낮추고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중요한 의식 행위인 듯 하다. 누군가에게는 아이스크림이, 떡볶이가, 마라탕이, 그리고  그 위로를 주는 것처럼.


유독 힘들었던 이번 주다. 내일은 주말이고 나는 볶은참깨를 사러 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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