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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Jul 04. 2023

2주 차 드로잉 꽃배달을 하다

2주면 되겠니, 마음이 돌아오는데

지난 주  드로잉 꽃배달을 마치면서 사실 고민했다.

https://brunch.co.kr/@finename/39


한 주 더 할까? 그만할까? 너무 꽃그림만 그리는 건 아닐까?

이게 나를 위한 걸까? 꽃배달에 매몰된 건 아닐까?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서는 아니었을까?


사실 모든 이유가 해당된다. 이른 아침의 드로잉은 나에게 힘을 주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꽃말이 주는 메시지도 좋다. 나에게 꽃배달은 좀 더 필요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다.




월요일 <수선화> -자기 사랑


잘 알려진 나르시스 전설의 꽃이다. 무조건의 자기 사랑은 이기주의로 종착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는 올바른 자기 사랑은 필수인 듯하다. 가끔 자신이 없어지는 날이면 의도적인 자기 사랑의 행위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길을 걷거나 좋아하는 카페에서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고 좋아하는 전시회도 가서 보고. 올바른 자기 사랑은 자기 돌봄이다. 자기 돌봄의 힘은 다시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가져온다. (오일파스텔 )




화요일 <퐁퐁국화>-진심


동글동글 꽃모양이 귀엽다. 예전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이 퐁퐁국화 꽃다발을 사며 설레하던 남자주인공의 설레던 표정이 떠오른다.  마음을 그대로 내보이기에 용기가 조금 부족할 때 꽃은 좋은 매개가 되는 듯하다.

요즘 나는 나의 진짜 마음을 아는지, 다른 사람의 진심을 제대로 아는지 반성해 본다. (뽀로로 색연필)




수요일 <백합> -순수한 사랑


너무 진해 극단적인 상황도 만들 수 있다는 치명적인 향을 지닌 꽃이다.  꽃말처럼 너무 순수하기 때문에 끝까지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나의 순수했던 시절. 앞뒤 가리지 않고 하나만 보았던. 순수를 지킬 수 없는 요즘의 교사. 점점 건조해지는 저의 모습을 요즘 보면 서글퍼지기도 한다. (오일콘테)




목요일 <물망초> ㅡ-forget me not


나를 잊지 말라는 꽃말을 지닌 물망초. 작고 여린 꽃에 비해 흔하지 않은 푸른빛이 돌아 하늘 거리는 모습이 참 매력 있다. 꽃말의 유래처럼 슬픈 전설의 꽃인 만큼 아련한 느낌이다.

잊히는 것은 불행일까 행운일까.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잊힌다는 건 슬프지만 나를 기억함으로써 슬프다면 그냥 잊히는 것도 나을 것 같다. (박스에 오일파스텔)



금요일 <수국> -진심과 변덕


여름과 참 잘 어울리는 수국. 푸른 바다와도 잘 어울려 바다배경의 수국꽃밭 사진들이 많다. 풍성한 수국의 꽃말은 진심과 변덕이란다. 변덕을 부린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게 진짜 마음을 숨기다 이끄는 대로 나온 진심일 수도.(박스에 오일파스텔)



일요일 <백일홍> -인연


어제 친정에 다녀왔다. 엄마의 텃밭은 항상 푸르다. 다양한 농작물뿐만 아니라 꽃들도 많다. 억척스레 살아오신 엄마의 마음 한편에 꽃처럼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여름,  엄마 꽃밭의 주인공은 단연 백일홍이다. 백일홍의 꽃말은 ‘인연’이란다. 인연이 맺어지는 것도 끊어지는 것도 인력으로 어찌 되지 못하는 사이에 이루어지지만 그 인연 안에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정도는 우리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오일콘테 드로잉에 수채화물감)






이렇게 2주 차 드로잉 꽃배달을 마무리한다. 사람에 현실에 치일 때는 자연을 보는 것도 하나의 치유가 된다. 조금은 사람에 지치는 요즘이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무한히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꽃을 보며 위로를 받았나 보다. 이렇게 아침 7시 반부터 40분 정도 나를 순수하게  돌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2주 동안의 꽃배달을 하면서 마음도 많이 가라앉았다. 월요일, 출근하니 동료가 말한다

“어머, 얼마 만에 웃는 얼굴을 보는 거예요!”




-모든 그림은 일찍 출근한 7시 20분에서  40분가량 그린 그림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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