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어려서부터 흥이 많았다. 언니들과도 9살, 7살 차이 나는 한참 늦둥이라 사랑도 많이 받았지만 원래 잘 웃고 조잘대기도 잘했다. 막내 덕분에 우리 가족은 한없이 웃었다.
춤추기도 좋아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빠가 오디오를 틀어주면 어떤 음악에서든 춤을 추었다. 어느 때 무한도전에서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아이가 3살 되던 해였다. 유재석이 노래한 <압구정 날라리>만 들으면 어찌나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온몸을 흔들어 대던지 온 가족이 뒤집어지며 웃어댔다. 그 모습에 신이 난 막내는 목청껏 더 크게 불러댔다.
어느 크리스마스 전날 밤, 온 가족은 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쉬고 있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클래식 cd를 샀다면서 오랜만에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주었다. 소파에 앉아 놀던 막내가 그 음악을 듣더니 종종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가지고 나온 사진 앨범과 리코더 청소막대. 왜 저런 걸 가져왔나 싶었는데 바로 알 수 있었다.
막내의 다음 행동을 보고 우리는 입을 틀어막고 큭큭거리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막내는 사진앨범을 바이올린처럼 어깨 위에 올리고 바로 리코더 청소막대로 바이올린 현을 켜듯 앨범에 비비면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표정은 또 어찌나 바이올리니스트스러운지. 온몸을 연주에 심취한 듯 흔들어 가며 현을 켠다. 와, 폼만 보면 완전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다!
08년생 3세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는 그렇게 진지하게 연주하다 신났는지 막 뛰다가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심취해서 연주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지휘자인듯 활로 음악에 맞추어 휘두른다. 어찌나 웃기던지 몰래 영상을 찍으면서도 웃음을 삼키느라 혼났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된 막내는 그렇게 시크할 수가 없다. 가끔 사춘기의 틱틱댐으로 서운할 때 이 영상을 찾아본다. 그래, 그때 너는 우리에게 정말 많은 웃음과 즐거움을 주었지. 오늘도 이 영상을 다시 보면서 아침을 안 먹겠다고 휙 들어가는 너를 참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