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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Jul 18. 2023

비,비,비,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


7시쯤 출근하려 오랜만에 버스를 탔을 때만 해도 보슬보슬 오던 비가 얼마 지나지 않아 폭우로 바뀌었다. 등교시간에 맞추어 요란스럽게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선생님, 우산을 썼는데도 다 젖었어요!”

“저는 가방이 다 젖었어요!”

“선생님, 저는 양말도 신발도 다 젖었어요.”

“선생님, 안내장이 젖어서 글씨가 안 보여요. “


창밖을 보니 쏟아지는 비로 회색빛이 되어 아웃포커싱한 사진처럼 풍경이 희미하다. 유리창에 연신 부딪히는 거센 빗방울들. 기름이 가득한 웍에서 튀김을 하듯 요란한 빗소리가 튀어 오른다.


실내에서 바라보는 비 내리는 풍경은 소위 비멍하기 좋다. 게다가 백색소음처럼 적당한 빗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 그렇게 한참 바라보다 어느새 현실로 깨면 걱정이 들어온다. 어디서 또 비로 인한 피해가 많지 않으려나.


요즘 내리는 비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지역이 많아지고 인명피해도 늘고 있다. 특히 며칠 전 한 지하차도에는 엄청난 빗물과 인근 제방이 무너지면서 유입된 하천물까지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었다. 그 바람에 미처 피하지 못한 차량들이 그대로 갇혀 인명 피해도 많이 발생했다. 그곳은 내가 연수를 받으러 다니던 근처였다. 이동하면서 내내 다니던 길이었다. 익숙한 그 장소를 보여주는 뉴스를 보며 안타까움만 토해냈다.


학교에서는 때때마다 온갖 안전교육을 한다. 특히 요즘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나는 거의 매일 안전교육을 하다시피 한다. 여름철 폭염 피해 예방 교육, 식중독 예방교육, 야외 활동으로 인한 독성식물이나 독충 피해 예방 교육, 휴가철 물놀이 안전교육, 장마나 홍수로 인한 피해 예방교육. 헉헉. 거기에 방학으로 많이 사용하게 되는 인터넷 및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에 교통안전교육, 최근엔 자전거 및 개인 이동장치 안전교육까지. 아, 요즘엔 마약예방교육까지 추가.


수많은 안전교육에 아이들이 그저 잔소리처럼 들을 만도 하다. 하지만 만의 하나 확률로 아이들에게 피해가 있을까 봐 교사는 모두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100%중의 99%가 안전이고 1%이 사고라면 그 1%을 당한 사람에게는 100%이 되는 거니까. 그 100%가 아이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교사의 잔소리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오늘도 난 아이들에게 빗길 안전을 부지런히 강조한다. 물론 저 교실문을 나서면서 대부분을 머릿속에서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일이니.


* 수해로 인해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과 다치신 분들의 빠른 회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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