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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Oct 13. 2023

여행

일상을 벗어나는 모든 것

반복되는 생활, 즉 일상은 편하고 익숙하다. 익숙한 것은 무신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무신경은 말 그대로 무감각, 느끼지 못하고 잊는다. 그리고 각성 없이 되풀이되는 행동과 생각의 자동화. 현재라는 의미를 잊게 하는, 삶의 슬픈 자동화 과정으로 빠지기 쉽다.


여행은 그 일상을 벗어나 낯선 환경에 자신을 의도적으로 가져다 놓는 것이다. 여행은 어떤 사람의 본질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방법이기도 하다. 얼마 전 처음으로 함께 여행을 다녀온 두 딸이 20년 넘게 살면서도 몰랐던 모습을 여행 중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것처럼.


여행이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떠나는 거라면, 반대로 일상을 벗어난다면 다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매일 생활하던 장소, 매일 먹던 음식, 매일 듣던 음악, 매일 만나던 사람들, 매일 생각했던 것들. 그 반복을 벗어난다면 우리는 멀리 가지 않아도 여행의 의미를 맛볼 수 있을 듯하다.


지난주에는 스피치 강의를 들으러 다녀왔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뜬금없이 웬 스피치냐고 하겠지만 소중한 일상이 조금은 지겹거나 힘겨울 때 여행 가듯이 낯선 무언가를 찾게 된다. 새로운 경험도 여행이지 않은가. 또 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여행의 경로를 찾을 수도 있으니까. 물론 그 결과가 생각보다 별로든  신선한 내 모습의 발견이든 여행의 역할은 다할 듯싶다.


 다른 날과 다른 오늘의 무언가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오늘과 다른 내일의 무언가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기록으로 남기기. 모든 것이 낯설게 멀리 떠나는 여행과 달리 일상 속 여행은 흘려보내기 쉬워 찰나의 새로운 순간을 잡아놓을 수는 없다. 그래서 꼭 기록으로 남기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나는 여행 연습을 한다. 매일 아침 산책길이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짐을 느끼고, 내 안의 생각들이 변화하는 것을 알아채고, 어제와 다른 아이들의 기분을 살피며 그 일상 속의 내 눈과 생각 속에 새롭게 들어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곤 한다. 순간 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경험도 망설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렇게 연습을 하다 보면 진짜 먼 곳으로 떠났을 때 그 여행의 참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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