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린이 4개월 차, 수영장 회식이란 걸 해봤다. 처음 회식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이런 것까지?!' 란 느낌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기대 이상으로 즐거운 모임이다. 우선 같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수영주제에 모두들 공감대가 높다. 수영장 에피소드, 용품 추천, 어떻게 해야 수영을 잘할 수 있는지 등 등. 유익한 정보공유와 수영인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에 박장대소를 했다. 같은 반이라고 해도 수준차이가 있는데 잘하시는 분들께 수영 잘하는 비법을 물어보니 어떤 깨달음의 순간이 있다고 한다. 나를 포함한 뒷순서 회원들은 다 같이 머리를 싸맨다. 아.. 내 깨달음은 언제 오나..
운동의 좋은 점은 새로운 세상의 사람들과의 MIX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세 번 꼬박 석 달간 얼굴을 보고 인사를 했어도 사실 개인들이 어떤 인물들인지는 알지 못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살던 세상과는 접점이 없는 다양한 직업군과 나잇대의 분들이다. 살다 보면 아무래도 점점 더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만나게 되기에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는 무척이나 특별하다. 아마 회사를 다니시겠지라고 생각했던 젊은 분들 말고도 전업주부라고 생각했던 분들도 다 일이 있으시고 퇴근 후 오시는 거였다. 우리 반에 놀고만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많아봤자 초등학생 정도의 자녀를 두지 않으셨을까 했던 분들이 이미 자녀가 군인, 고등학생이라 해서 깜짝 놀랐다. 운동을 꾸준히 해서 동안이신건가 했는데 들어보니 공통점이 또 있다. 부부가 함께 수영을 즐긴다는 것. 수영뿐이 아니라 다른 취미생활도 함께 즐기는 것 같았다. 이야기 중에 남편이 어딜 가서 주말에 집에 혼자 있게 되면 싫으냐 좋으냐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수영을 함께 다니신다는 두 분 모두 부부끼리 놀러다닌다며 함께 있는 게 좋다는 대답을 하셔서 놀랐다. 내가 아는 완숙한 부부들은 보통 따로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운동을 좋아하는 것, 취미생활을 함께 하는 것, 부부사이가 좋은 것, 이런 요소들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7명의 중 2명 다 비슷한 생활패턴과 다정한 부부관계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내 자식이 고등학생이 되어도 지금처럼 J와 함께 즐겁게 여행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있을까 싶다.
회식 중 어쩌다 보니 결혼 계획까지 이야기하게 됐다. 청첩장을 달라고 하시길래 빈말이라고 생각하며 웃으며 지나쳤는데 1주일 내내 얼굴을 볼 때마다 청첩장 이야기를 하셨다. 그런 덕에 예상치 못하게 청첩장을 전달하게 됐다. 적이 없는 채로 식장에 들어가게 될 것 같은데 직장동료들의 자리를 수영동기들이 채워주려나보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새로운 인연이 놀랍고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