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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Sep 13. 2024

수영 선생님 바나나 배달 후기

어제오늘은 명절 전 마지막 강습날이었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수업 후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지난주에 바나나 드셨어요?"


 오전 반 선생님은 '무슨 바나나?'라는 표정을 지었다. 지하 1층 사무실에 간식용 바나나를 전달했다고 하자 본인은 수영장에서 챙겨야 할게 많아 그 사무실에 잘 안 올라간다며 마음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그래도 하나 정도는 우리 쌤에게 갈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바나나가 와 있던 것도 몰랐다니. 엄한 사람들에게 간식 배달이 됐다. 오늘 오후반 선생님께도 똑같이 물었다. 선생님은 오전 선생님과 거의 같은 표정으로 '무슨 바나나요?' 하시더니 덧붙였다.


 '지난주 그 바나나 희소님이 전해주신 거구나. 아, 근데 저는 못 먹었어요.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누가 먹어버렸더라고요. 왜 직접 안 주셨어요?'


 전달할 때의 옥신각신했던 상황 설명을 하자 '아~ 그래서 아무도 출처를 모르는 바나나가 거기 있었던 거군요'하며 웃었다. 결론적으로는 두 선생님을 위해 산 바나나 네송이 중 그분들을 입으로는 단 한입도 안 들어간 것이다. 누구든 맛있게 먹은 건 잘한 일이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명절 잘 보내세요, 란 인사로 수영장 밖을 나오면서도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김영란법이니, 청렴이니 하는 것도 좋지만 짧은 인사 한마디로는 너무 정이 없는 느낌. 수업에 들어오기 전 양가에 보낸 생선선물세트 후기로 아들이 철이 든 건지, 아니면 새 며느리의 아이디어가 좋은 거냐며 기쁨이 가득한 카톡 문자를 받은 후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하도 겁을 줘서 바나나 주인임을 밝히면 큰일 날 것 같았던 배달날과는 달리 선생님들의 반응은 왜 직접 주지 않았냐, 강사실에 주었으면 받았을 텐데에 가까웠다. 역시 간식은 어디서든 환영받는다. 그리고 벽에 붙어있는 안내를 보니 '강사에게 모금행위와 금품 전달'이 금지된 것이었다. 바나나는 오케이다. 타이밍은 좀 늦었지만 원래의 목표달성을 위해 한 번 더 '직접' 바나나를 배달해야겠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기쁜 모습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으니까. 다음번에는 직접 전달하여 타겟에게 바나나 배송을 성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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