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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Aug 23. 2023

행운의 무지개야 너의 힘을 보여주렴

희소의 일기

 최근 회사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기한은 다가오는데, 해결책은 마땅하지 않아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어느 시점에 다른 결정을 했다면 지금은 달라졌을까를 계속해서 생각해보고 뭘 더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지만 앞뒤가 꽉 막힌 막막한 상황에서 무력감이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가능한 긍정적이 되려 노력하는 편이지만서도 그런 무력감에 휩싸이고 있다 보면 스멀스멀 어둠이 기운이 올라온다. 그리고 퇴근 후 건 안부전화에서도 그런 어둠의 기운이 나도 모르게 불쑥 찾아왔다. 목소리를 듣고 엄마는 에너지를 주려 '목소리가 좋네?'라고 물었지만 나는 '뭐 회사가 망하기밖에 더 하겠어?'라고 대답했다. 엄마는 그런 소리 말라며 핀잔을 줬다.


 전화를 끊고 생각을 해보니 아차 싶다. 말에는 힘이 있는 법인데. 아직 끝나지 않은 일에 이렇게 벌써부터 부정의 기운을 더할 필요가 없다. 그것을 퍼트릴 필요도 없고. 경솔했다 싶었다. 그리고 오늘 퇴근 직전에는 약간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것이 잘 될 수 있도록 이 세상의 모든 에너지를 모으는, 거기에 나의 에너지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긍정의 힘을 믿으며,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집에 걸어오던 길, 하루종일 오던 비가 그치고 하늘이 노란빛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아름답다고도, 한편으로는 기묘하다고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어제의 본 영화의 여파인지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 하늘 같기도 하고. 그렇게 집에 도착해 보니 하늘에 무지개가 떠있다. 그것도 온전히 반원모양을 갖춘 무지개. 파란 하늘 아래 무지개 같이 아름다운 장면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걸 기묘한 현 상황에 내려진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기회가 온전히 나의 사진첩에 담긴 이상, 모든 일은 잘 될 거라고 믿기로 했다. 퇴근길 팀원들과 나눈 실마리를 향한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잘 될 거라는 믿음. 다시 긍정의 힘을 믿어보기로 하며 행운의 무지개를 다시 한번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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