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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Jun 15. 2020

회사에서 복명복창하기

억울한 주니어를 위한 몸부림

 입사 만 3년 만에 사내 조직 이동을 했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던 터라 조직 이동할 기회가 왔을 때 잘 잡게 되었습니다. 루틴한 업무보다는 다양한 업무를 하고 싶어 옮기게 되었고, 마침 새로운 팀에 오면서 정말 한 달 만에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퇴사가 간절하던 시기 시작했던 브런치북 프로젝트


 다양한 업무라는 건 곧 일 자체의 양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깊이는 얕지만 워낙 감당해야 할 업무 커버리지가 넓다 보니 착수하는데 드는 시간 자체가 많이 들었습니다. 이는 어쩌면, 팀에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경험하게 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여러 가지의 일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놓치는 일도 많고, 오해가 생기는 일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오해가 생기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요. 멀찌감치에서 지켜보니 조직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갈등 상황들은 커뮤니케이션 미스에서 발생하는 오해가 근원이었습니다.


 조직 내 갈등 상황들, 그리고 이 원인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미스를 방지하기 위해 제가 몇 해 전부터 숙지하고 반복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복명복창인데요.


"00님 오전에 A사에서 미팅 올 거니까 B자료 인쇄들 해주고, 방문자 등록해주고, 미리 회의실 가서 세팅해줄래요? 아 맞다! 거기 물도 가져오는 것도 잊지 말고!"


보통 이런 동료, 팀원의 부탁을 받으면 "네네"라고 대답하고 바로 실행에 옮기거나, 중간에 말을 끊고 수첩에 메모를 하곤 했는데요. 바로 실행에 옮기다 보면 빠트리는 것들이 몇 가지 있고, 중간에 말을 끊으면 기분 나빠하거나, 수첩에 적는 것이 말하는 것과 달라서 나중에 애를 먹는 경우가 있었죠.


 그래서 그냥 똑같이 대답합니다.

 "네 그럼, 이따가 A사 미팅 오니까 B자료 인쇄하고, 아 그리고 A사 사람들 방문자 등록하고, 그리고 이 사람들 들어와서 같이 회의할 회의실 세팅하고 회의실에서 같이 마실 물을 준비해야겠네요"


회의 한 번에 챙길 것도 많습니다.


 보통 이렇게 대답하면, 상대방이 띠용? 하지만 업무지시 또는 부탁을 한 동료는 제가 말하는 내용에 대해 맞는지 더블체크를 하게 됩니다. 혹여 똑같이 되묻는 중에 몇 가지를 빠트리게 된다면 교정을 해줄 수도 있고, 빠트렸음에도 상대방이 맞다고 하면 실패, 실수의 책임을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도 흘려듣지 않게 됩니다.


 기업마다 다르지만, Top-down방식의 의사결정구조로 돌아가는 회사들은 이와 같이 상사의 커뮤니케이션대로 진행되었는가가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상사들이 모든 회의, 실무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크게 내려주는 기조, 뉘앙스에 맞춰서 실무자들이 협의를 하고 일을 해내야 하는데, 큰 흐름에서 Top의 이야기를 그대로 진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대로 수행했을 때 발생한 부정적 결과를 냈을 때보다 더 크게 문제가 됩니다.


 관리자, 책임자의 자리는 책임을 지는 곳이기에 의사결정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이죠. 그래서 Top-down방식의 업무처리하는 곳을 군대와 같다고 하고,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군대에서도 복명복창이라고 하는데, 복명, 그러니까 명령을 반복하고, 복창, 반복하여 소리치는 것입니다. 군대에서는 상급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말처럼 움직여줘야 하는데, 명령을 잊고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상급 지휘관의 명령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되묻지 않고, 지휘관의 명령을 복명복창하는 것입니다.


게임에서도 장수 명령에 따르지 않는 병사들의 동요는 전투력을 약화시키죠.


 때로는 이런 복명복창이 촌스럽고, 지나치게 소모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여 뒤에 가서 실수하고, 얼굴을 붉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때로는 주니어가 아님에도 복명복창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쇼잉하는건가?"싶을 수도 있지만, 이와 같은 과정에서 교정이 되는 모습을 자주 보기에 더더욱 소통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복명복창이란 것도 가능한 분위기에서나 가능합니다. 상사의 명령, 지시를 되묻는 복명복창을 할 때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분위기를 엉뚱하게 몰고 가 바보를 만드는 상사가 있다면, 직원들은 다시 되묻지 않고, 묻는 것을 두려워하는 문화가 생깁니다. 마지막 소통의 끈이 그렇게 끊어져버리는 것이죠. 부하직원, 동료가 복명복창을 한다면, 많은 용기를 내어 행동하는 것이니 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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