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워커비 Jun 30. 2020

8090년대생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3)

사다리는 커녕 보트라도 타보자는 심정


본격 8090년대생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 시리즈
1편 우리는 인강세대다
2편 인생에 테크트리를 잘못 짰다
3편 사다리는 커녕 보트라도 타보자는 심정 



 2010년대의 취준한 번 안해본 어른들(지금 20대 이상의 자녀를 둔 50대)이 보기엔 박봉에 민원 시달리는 공무원을 하겠다고 저렇게 노량진에서 수년간 앉아있는 세대들이 이해가 안갈 것이다. 대기업 입사가 어려우면 적당히 중견기업이라도 들어가서 차근 차근 이직을 하면 된다고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굳이 대기업 갈 필요 있느냐고, 너가 잘해서 빨리 높이 올라가라고 훈수두는 사람도 있다. 현실감이 1도 없는 조언들이다.


 먼저, 팩트는 대기업을 떨어져서 중견기업을 가는게 아니라,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중 붙는 곳을 간다는 것이다. 중견기업이라고 해서 대기업보다 스펙을 덜 보거나, 나만큼 스펙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아니다. 일단 이런 현실을 전혀 모르니 차선책으로 중견기업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팩트는 중소기업이 싫어서 대기업을 가려는것이 아니라 대기업을 가야 근로기준법도 지키고, 기업문화도 좋아서 오래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국내 10대그룹사의 계열사들은 대부분 오너의 지분이 적은 회사들이다. 오너들이 함부로, 경영자가 함부로 직원을 휘두를 수 없을 뿐더러 세간의 눈치라도 보느라 회사 복지도 신경쓰고, 휴가도 보내주고 주 52시간 근로제도 지킬 수 있다. 대기업에 환장해서 다들 대기업에 가려고 하는게 아니라 대기업을 가야 그나마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다.


 어차피 이 글은 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지 세대담론을 이야기함이니까. 돌아와서, 왜 공무원을 하는가. 공무원을 하는 이유 역시 현재 대입 - 대학생활 - 졸업 - 취준에 이르는 과정을 이해해야만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1편에서 말했다. 대학이 지니는 가치의 정점에 있었던 시대가 2000년대였다고. 명문대를 나오면 좋은 대기업에 갈 가능성이 그나마 높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그럼 대학이 유명무실할까? 아니다. 대학이 지니는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대학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시대가 된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느냐하면, 15년 전만 하더라도 스카이에 3점대 학점만 나오면 10대 그룹 대기업입사에 어려움이 없었던 시절을 넘어 스카이/4점대/토익/동아리/인턴경력/자격증등 대학 간판에 얹어야할 더많은 가치평가 요소가 늘어나 버렸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대한 간판이 지니는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대학간판'만으로 승부볼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명문대를 나오지 않는다면 스펙경쟁이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 공채나 중견기업 취업 문 자체를 노크조차 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라고? 주변에 학벌은 좋지 않지만 취업이 잘 풀린 케이스를 보았다고? 그렇다면 그것은 그런 사례를 기억할만큼 적고, 인상에 남았기 때문이다. 스카이 나와서 대기업간 것을 기억하겠는가, 잘 알려지지않은 학교를 나와 대기업에 취업한것이 뉴스에 나겠는가 잘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자, 2편에서 이야기했던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문과는 나왔고(이과를 나왔어도 별반 다를바없긴하다), 명문대는 아니고 그럭저럭 점수 맞춰 학교를 왔다면, 각이 나온다. 내가 이 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대기업을 가기위해 노력하는 허망한 시간을 들일 바에 보다 명확하고 확실할 쪽을 파는 것이다. 왜? 스카이에 스펙좋은 애들도 서류가 우수수 떨어지는데, 내 스펙으로 될지 모르는 현장에서 몇년을 싸우겠다고?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공시생이 되는 것이다. 내가 야망을 갖고 성공을 하겠다고 사다리를 타기에는 이미 늦은걸 우리 세대들은 너무나도 똑똑하게 잘 알고 있다. 지금의 공시생, 취준생들의 부모세대 성공의 사다리는 무엇이었는가? 사시, 행시, 외시 패스하기. 이미 로스쿨, 국립외교원으로 바뀐지 오래이고, 로스쿨은 자교출신을 제외하고는 상위권 대학 출신을 선호한다. 지금 로스쿨이 설치된 학교들을 보면, 인생 역전을 위해 로스쿨 테크트리를 타기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의 대졸자들에게도 로스쿨, 국립외교원, 행시는 좁은 바늘 구멍이다. 다음 레벨로 일컬어지는 금융공기업은? 기본 CFA Lv2, CPA정도는 소지해야 응시할 수 있다. 자격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CPA수준에 준하는 입사시험난이도를 갖고 있기에 몰리는 응시자 자체가 밀도있게 수준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내려오면 공기업, 대기업 등이 있지만 이 역시도 요즘은 공채를 줄이는 추세이며, 인턴 경력을 요구하는곳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인턴 조차도 금턴이라고 소수 대학 비공개 게시판, 취업지원팀을 통해 뽑는 경우가 허다하다. 농사짓는 우리집에서 아버지가 나 인턴으로 써줬다고 그거 인턴증명서 들고 대기업 지원하면 바로 탈락한다. 유명 기업 인턴 경력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그것마저도 구하기 힘든.


 요즘 애들 똑똑하다는데 이거 모르겠는가? 다 안다. 그래서 재빠르게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것이다. 당장 제로베이스 스펙에서 내 노력으로 가질 수 있는 공정한 자격시험이니까. 다른 직장은 나의 과거 무엇 하나 모자람을 용인해주는 것이 없지만, 공무원 시험만큼은 과거는 잊고 당장 오늘 이 순간 펼쳐진 나의 점수로 나를 판단해 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노량진을 달려가는 것이다.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올라가겠다는게 아니라, 이 지리한 스펙전쟁에서 1년에 한번있는 공무원 시험 보트타고 지옥을 탈출하겠다는것이다. 시대의 보트 피플인 것이다. 이를 두고 꿈이 있니 없니, 야망이 있니 없니 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핀잔도 없는 것을 기성세대는 알리 없겠지만 부디 알아야한다. 시대의 보트피플들이 더이상 상처라도 덜받아야할 것 아닌가.


 9급 공무원 일반행정직을 응시하려면 5과목을 100문제를 100분안에 풀어야한다. 이걸 보고 친구랑 했던 이야기가 있는데, 과연 이게 공무 수행 능력이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함인지, 그저 할당된 취업인원을 가려내기위해 탈락을 위한 시험인지 알수가 없다는 것이다.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면서, 실수라도 까딱하면 1년 농사 망쳐버리는 이 시험판이 정상은 아니지만, 그나마 이게 공정하다는게 중론이다.


 공정이란 무엇인가. 현재의 대통령이 대선때 끌고나왔던 3가지가 핵심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한다.  다음편에서는 인국공사태를 다루면서 곁가지로 할 얘기지만, 여전히 사기업에서의 채용비리는 상수로 봐야하고, 이 과정에서 동등하지 않은 기회, 불공정한 과정, 뻔한 결과로 점철되는 채용시장에서 취준생들의 멘탈을 부여잡기 힘들다. 



 공무원 시험은 범법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응시 가능한 평등한 경쟁의 장이다. 또한, 누구나 인터넷 강의나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다양하게 주어진 시험범위 내에서 공부할 수 있으며, 시험장 역시 주거지와 상관없이 랜덤으로 던져지고 모두가 공정하고 까다로운 시험의 터널을 지나오며, 그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시험사이코패스들은 면접을 통해 걸러내기 까지 한다. 이를 통해 정의로운 결과를 도출하는 시험이 바로 공무원 시험인 것이다.


 그러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마지막 희망보트를 손가락질 하지말자. 크진 않지만, 높이 올라가진 못하지만, 가장 공정하고 튼튼한 보트를 타려는 청년들의 몸부림인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