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일을 한다. 일을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비키로빈Vicky Robin의 'Your Money or Your Life'에 따르면,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일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기능Financial Function과 개인적 기능Personal Fuction 두 가지 때문이다. 경제적 기능은 간단하다. 일을 하면 통장에 월급을 꽂아주는 것이다. 그 외에도 퇴직금을 쌓아두거나 보험료를 일정 부분 내주는 복지 혜택을 주기도 한다.
그 외에 개인적 기능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직업을 가졌다는 것은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미로, 그 자체로 일반적인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사원증을 목에 거는 것이 패션의 일부가 되고,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가 사원증을 건 자신을 바라보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그 배경에는 '우리 회사'라는 소속감이 큰 몫을 차지한다. 그 외에도 일은 꿈을 이루어 주는 무대, 배움의 장소, 상사로서의 권력, 사회적 활동 공간, 마지막으로 시간을 잘 보내기Killing Time 등을 제공한다. 아, 당연히 케이스by케이스, 일by일, 사람by사람이지만 말이다.
돈 vs 내가 좋아하는 일, 그 사이의 균형 @miracleday from Unsplash
하지만 개인적인 가치로 보면 별로 의미 없거나 괴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그들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사실 월급이 주는 달콤한 안정감을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이유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사표를 마음속에 품고 있다가도 내 통장 잔고만 보면 쭈그러들고, 친구들에게 카카X톡으로 '회사 가기 싫다'라면서 징징대면서도 꾸역꾸역 발걸음을 회사로 재촉하게 되는 것은 모두 이번 달 카드값 때문이라는 점은 거부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만약, 월급을 내가 벌 필요가 전혀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월급을 벌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서 우리는 비로소 이 일이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 지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성과를 냈을 때의 뿌듯함이라던가, 회사의 소속감과 같이 나에게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고, 적성에 안 맞는 업무의 과정과 나와 맞지 않는 동료와의 갈등과 같이 일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정적인 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 삶의 양팔저울에서 월급이 주는 삶의 연료의 무게를 덜어내더라도 여전히 이 일을 지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고 나만의 행복을 찾아 떠날 수 있는가?
월급이 주는 연료의 무게를 덜어내더라도 현재의 일을 지속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회사원들의 로망 퇴사짤, 저도 제 행복을 찾아 떠나고만 싶습니다.
30대에 이미 그 답을 찾아 떠난 사람들
[경제적 자유가 뭐에요?]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적 자유를 이룬 상태의 사람들은 일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기능이 더 이상 인생에서 별다른 의미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그렇다고 버는 돈이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굳이 당장 현재 하는 일을 그만두어도 장기적으로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일의 선택에서 여유가 생긴다. 일을 그만두어도 좋고, 계속해도 좋다. 혹은 새로운 직업을 찾는 시간을 보내도 좋은 것이다. 그 시점은 60대쯤에 찾아올 수도 있고 빠른 사람에게는 30대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게 30대에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열거해 보자면 '파이낸셜 프리덤'의 사례로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브랜든Brandon는 36살에, Millenial Money를 운영하는 크리스티Kristy 부부도 30대에, 심지어 그랜트 사바티어Grant Savatier는 만 30살(한국나이 32살)에 경제적 자유를 달성했다. 미국은 만 나이니까 우리나라 나이로 계산을 위해 2살, 남자의 경우 군대에서 보내는 평균 2년을 더해봐도 30대에 모두 충분히 달성한 것이다. 한국에도 여러 사례가 존재한다. 34살의 나이에 성공적 창업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전 로티플 공동창업자 김단테님, 30대 후반에 대관령에서 은퇴한 금융종사자 제현주님, 아슬아슬하게 39살에 은퇴를 선언한 패션업계 대퐈마님까지. 아직은 소수의 이야기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남은 삶에서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그들에게는 돈을 벌기 위해서 불행한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할 필요가 전혀 없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30대에 은퇴를 선언한 이후에 마냥 놀고먹는 백수 생활을 한 것은 아니다. 잠시 자유롭게 세계 여행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결국 활발한 40대의 열정을 쏟아낼 또 다른 대상을 찾아서 책 저술, 파이어족 블로그 운영, 새로운 창업, 협동조합 운영 등을 통해 제2의 직업을 시작하고는 한다.
Playing With Fire 다큐멘터리의 출연자 모임, 이들 대부분은 젊은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 from www.playingwithfire.co
그래서 왜 하필 30대에 경제적 자유를 해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30대에 이미 은퇴해 본 이들이 말하는 30대에 은퇴하는 것의 이점은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경우에 비추어 볼 때 이른 은퇴의 장점은 수없이 많지만, 핵심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30대의 은퇴 목표 자금은 40~60대보다 훨씬 적다.
언뜻 생각하면 30대의 은퇴자금이 40~60대에 은퇴하는 사람보다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지만, 사실 30대에서 필요한 은퇴자금이 40~60대보다 훨씬 적다.이상적인 규모의 은퇴자금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며[1] 생활비를 일정 수준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경제적 자유의 이상적 상태'라고 가정해 보자.투자를 통해 발생하는 자산소득은 매달 생활비보다 많고, 이는 다시 투자되어 원금은 계속 불어난다.20년이 지나든 50년이 지나든 은퇴 자금은 마르지 않는 샘이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어떤 사람이 30대에 은퇴할 때 필요한 은퇴자금이 100이라면, 그가 40대에 은퇴하게 되면 그보다 많은 130이 필요하다.10년 간 물가가 올라 최소한으로 필요한 생활비도 증가해 목표 은퇴자금도 그에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에는 평균 가계지출에 비해서 2016년에 무려 30%가 증가했다[2]) 반면에 30대에 은퇴한 사람은 복리의 효과로 불어나는 원금이 물가상승을 충분히 상쇄하기 때문에 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2. 알뜰한 소비 습관을 가꾸어 지속 가능한 생활이 가능해진다.
들어본 적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김밥천국' 먹던 사람이 스테이크 먹으러 가서 행복할 수는 있지만 그 반대는 정말 어렵다고 한다. 소비 수준을 한 번 높이게 되면 그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소비 수준에 비례해서 행복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삼겹살에 소주 먹는 사람의 행복이 비싼 와인에 스테이크 먹는 사람의 행복보다 전혀 못한 것이 아니듯 말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20대에 축구만 하던 사람들이 점점 40대, 50대가 되어갈수록 골프를 치기 시작한다. 한 번 높아진 소비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돈이 많이 든다. 30대에 만족할 만한 수준의 소비에서 최소 행복을 느끼는 비용은 40~50대보다 훨씬 적으며, 은퇴 자금 역시 이에 비례해서 훨씬 적게 들 수밖에 없다. 자신의 행복에 특화된 생활에 익숙해진 조기은퇴자에게 불필요한 과소비는 필요가 없다. 마음의 여유가 넘치는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3. 이직을 준비하거나 장기적인 커리어적 투자를 하기 쉽다.
특히나 사기업에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30대를 일에 치이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새인가 40대가 되어 있다고 이야기하고는 한다. 30대에 경제적 자유를 얻은 이들에게는 나 자신을 일에 갈아 넣지 않을 수 있는 선택지가 들어선다. 40대는 충분히 젊은 나이다. 미래에 더 나은 커리어를 위해서 여유롭게 이직을 할 수도 있고, 새로운 학위를 위해 다시 학교에 갈 수도 있다. 요즘은 40대 만학도들이 부끄럽지 않은 시대이다. 여유가 있기에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기에도 충분하다.
4.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다.
대표적으로 [30대에 은퇴하기로 결심했다]에서 말한 것처럼 원하는 시기에 장기휴가를 내거나 일을 잠시 쉬면서 재충전을 위한 시간을 1달이고 1년이고 길게 보낼 수 있는 있게 된다. 대부분 40~50대는 어떤 일이서든 과장, 차장, 팀장으로 대표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나이다.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일에 더욱 집중하게 되어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포기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에도 내가 가장 감수성이 넘치는 10대에 부모님은 일에 치여 바쁜 40~50대를 지나고 계셨고, 그때 많은 시간을 못 보낸 것은 서로에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사실 위의 모든 내용 똑같이 40대의 달성이 50대보다 낫다는 이야기로 치환해도 똑같이 들어맞는다. 다만 이왕 준비하기로 했다면 조금 더 차분하게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여유와 몸이 건강하고 마음에도 열정을 고루 갖춘 30대에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결론 내리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바호와 코나 부부가 30대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30대 은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년이나 필요할까? 거기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