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바칩니다.
감사하게도 어제 브런치 구독자 100명을 달성했다. 아직은 뭔가 이루었다고 하기에는 많이 멀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제야 조금씩 궤도에 오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지금까지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해 준 것은 무엇보다도 모두 독자들의 도움이 크다. 먼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지금도 읽어주시는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며 누구보다 멋진 아내 코나에게도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다음은 몇 가지 자잘한 이야기들.
원래는 같이 글을 쓰기로 한 친구가 있었다. 같이 경제적 자유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경제적 자유라는 아이디어에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출판 준비도 같이 해보자고 했고, 조금씩 진행을 해봤다. 그런데 중간에 그 친구는 다른 쪽에 관심이 많아졌는지, 글을 쓰는 일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시들시들해졌다. 결국 나 혼자서라도 진행을 할지 말 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혼자서 책을 무작정 쓰는 것은 조금 겁이 나기도 하고, 독자들이 얼마나 여기에 대해서 관심이 있을지, 내가 글을 쓰는 데 적성이 맞는지 걱정이 앞섰다. 누구나 그러듯이. 그러다 아내랑 여름휴가를 떠난 곳에서 이런 고민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보았다. 아내는 일단 글을 먼저 써 보라고 말해 주었다. 일단 블로그 같은 공간에 한 번 써 보고 조금씩 체력을 붙여 보는 것이 쉬울 것 같았다. 그렇게 여름휴가를 다녀온 주말에 완성시킨 글이 첫 글 30대에 은퇴하기로 결심했다 였다.
첫 번째 글이 잘 읽힌다는 것은 조금은 장난스러운 저주 같다. 사실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뭐 사람들이 읽어주면 고맙고 안 읽어주면 그만이지 싶었다. 그런데 웬일인걸, 첫 글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다음 대문과 카카오톡 #검색에까지 올라갔다. 글을 올리고 다음 날 갑자기 일일 리드수가 5000이 넘어가 버렸다. 덕분에 첫글부터 브런치에서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왠지 나의 글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단 사실이 뿌듯하고 작가로서의 조금의 기쁨 같은 것도 느끼기도 했다.
오히려 첫 번째 글이 생각보다 많이 읽히는 바람에 그다음에 쓰는 글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기준을 매기고는 했다. "이번 글도 혹시 대문에 입성하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좀 더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최대한 눈의 띄는 제목을 뭘 해야 할까, 남들은 뭘 하길래 저렇게 척척 대문에 걸리나?" 하는 생각들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저렇게 다음 대문에 빵빵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연이은 2,3,4번째 글들은 모두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는 것에 실패했다. 첫째가 출동해서 총 리드수 1만을 넘는 데 비해서 뒤이은 동생들은 죽을 쑤고 있던 것이다. 형만 한 인기를 못 누린 아우들은 한 달이 지나도 평균 1000도 안 되는 리드 수로 수렴하게 되었다. 좀 더 자극적인 것은 첫 번째 글이었지만, 나름 심혈을 기울이고, 개요도 3~4일에 걸쳐서 짜내고 퇴고도 3~4번 한 것에 비해서 왠지 보상이 적은 느낌이었다. 집안에 첫째가 너무 잘나면 동생들이 컴플렉스에 시달린다던데, 딱 그런 느낌이었다. 왠지 '무조건 대문에 걸리는 브런치 글 제목 짓기' 일일 클래스라도 수강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결국 초심으로 돌아와서 글을 일단 쓰고 보자라는 마음을 되새겼다. 애초에 세운 목표는 '일주일에 최소한 책에 실을 수 있는 질의 글을 한 개씩 쓰자'였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8월 3일부터 현재까지 10개. 2~3분에 읽히는 짧은 글 2개, 4~6분에 읽히는 긴 글 8개. 딱 목표만큼만 글을 썼다. 아직은 이 정도가 나에게 맞는 글 쓰기 속도이다.
여전히 매주 새로운 글을 쓴다는 것은 설레기도 하고, 흰 종이를 채우는 사생대회의 막막한 마음이 언제나 공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있는 모든 활동들 중에서 이타적인 이 글쓰기라는 행위는 정말 가장 의미 있는 일이다. 브런치에서는 아무리 글을 써도 나에게 돈 한 푼 돌아오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 행위는 가장 나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꿈과 창작의 욕구에서 기인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이기도 하다. 나는 매주 주말, 그 양가적인 감정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마음으로 글의 뼈대를 짜고, 그 속살을 그려 나간다.
현재 나의 목표는 여전히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거북이 같은 경제적 자유 달성법'을 소개하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라는 달콤한 미끼를 사용해서 자극적인 소재가 난무하고, 너무나 유혹적인 콘텐츠가 쉽게 소비되는 시대이다. 그 가운데서 각자의 세계를 지켜줄 경제적 성벽을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다. 조금 시간이 걸려도 뚜벅뚜벅 걸어가듯 우직한 방법을 말이다. 겁 많은 나의 친구들에게도, 미래가 막막한 청년들에게도, 혹은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모든 퇴사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다음 주에도 무사히 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