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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어파파 Sep 21. 2023

효율을 찾지 않을 단계에서 효율성을 운운하지 말 것

생산성이란, 투입되는 자원(노동량) 대비 산출되는 결과물(생산물)의 비율을 말한다. 똑같은 결과물을 내는데 어떤 사람은 30분이면 되겠지만 어떤 사람은 서너 시간이 훌쩍 넘게 걸리기도 한다.




1. 내가 회사 다닐 때 어떤 사람은 5분짜리 동영상 제작을 두~세 시간이면 끝낸다고 할 때 이제 그 일을 막 배운 신참은 이틀이 걸려도 심지어 일주일이 걸려도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것도 봤다.


2. 주방일에 매우 능숙한 사람은 냉장고를 열어보고 필요한 재료를 적재적소에 투입하여 한 시간이면 밑반찬 네댓 개는 너끈하게 만들 때 소위 '요알못'은 냉장고 문을 연 순간, 뇌정지가 올 것이다.


3. 온라인 쇼핑 상품등록에 도가 튼 사람은 상품등록 10개를 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기도 하고 자동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수천 개를 금방 올리기도 한다. 그때 경험이 없는 사람의 경우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할 줄 몰라서 한 개의 상품등록도 제대로 하기 힘들 때도 많다.



직장 생활할 때 저는 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지 않았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중 하나는 아마 효율성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소위 말해 지금 당장 어마어마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투자한다 하더라도 금방 그 효과가 눈에 나타나지 않고 뽀다구 나지 않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들의 일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죠.


처음 회사를 다닐 때 자료 하나를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과 골머리를 앓아야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냥 모니터 화면만 보며 '시간'만 보낸다 해서 분석 자료가 뚝딱 나오지도 않았고요. 하나의 결과물을 위해 많은 선배들에게 이런 결과가 왜 나오는지 하나하나 물어보며 다른 것들과 조합해 보고 예외사항과 특이사항에 대해서는 별도로 처리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최종 결과물을 냈던 것이죠.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어떤 일은 몇 개월.. 어떤 일은 대리급.. 또한 어떤 일은 과장급 정도 되니 눈을 감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일이 된 것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물론 이때 성장을 멈추면 새로운 도전 업무는 나를 가로막는 장벽이라 생각하고 점점 피하게 되고 쉬운 업무들은 금방 끝낼 수 있어서 시시하니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가 짬만 차고 실력은 그저 그런 '물경력'의 소유자가 될 수도 있으니 이런 점을 상당히 주의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을 반복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공을들여 하게 되면 계속 기량은 '향상'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다만 운동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에이징 커브'에 따라 기량이 내려가는 경우들도 존재하지만 이 또한 내 실력을 계속 갈고닦지 않으면 기량하락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는 것이죠.


퇴사를 하고 나서 설령 제가 행복하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 하더라도 그 시스템이나 과정들이 처음인 것들은 많은 시간이 투입되어야만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런 과정에 있고 평생에 걸쳐 그렇게 해야 하겠지만요.)


어느 순간 저는 '효율성'이라는 말을 잊은 지 오랜 사람이 돼 버렸습니다. 전문, 전업 블로거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다음날 체크되는 광고수익이 자신이 1시간에 적는 글의 노동량에 비해 효율적인지 따져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젠 알았습니다. 제게는 지금 효율성을 따질 그런 '때'가 아니라는 것을요.


효율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계속 시간만 소비하다 보면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기 십상입니다.


'내가 지금 받는 연봉이 이 만큼인데! 시간당 적어도 이 정도의 결과는 있어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적잖이 봐왔습니다. 그것은 본인 자신의 '필드'에 해당하는 말이고 다른 영역의 일을 할 때는 그 효율성이 전혀 적용되지 않습니다. 기꺼이 몸을 던지고 시간을 할애하세요.


이젠 그럴 나이는 이미 지났다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것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아직 그럴 때가 아닙니다. 뇌는 효율을 따라 움직이더라도 인생은 효율만 따라가선 안됩니다. 적어도 죽음을 눈앞에 두기 직전까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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