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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행 Jun 09. 2023

사진첩의 꽃이 어때서?

하늘 찍는 거랑 뭐가 달라

우연히 내 핸드폰 속 갤러리를 본 친구가 웃음을 터뜨리며 내게 말했다.

"너 늙었냐? 무슨 꽃 사진이 왜 이렇게 많아"


빼곡하게 는 아니지만 어느 순간 나의 핸드폰 속에도 꽃 사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길거리를 걷다가도, 우리 집 마당에서도 꽃이 보이면 찍었다. 

종로 어딘가에서 만난 조그맣고 예뻤던 화단

외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선 어느새 '꽃 사진 = 아줌마'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 

아마도 5-60대 어머님들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대부분 꽃이기도 하고 어머님들이 친구, 자녀들에게 꽃 사진을 많이 보내면서 그런 생각들이 자리 잡게 된 것 아닐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그런 생각이었다. 

사진 찍는 걸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예쁜 풍경이나 멋진 장소가 있으면 꼭 카메라를 들곤 했다. 여기서 꽃은 논외.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다. 


그런데 어느새 내 사진첩에 꽃이 스며들기 시작한 건, 처음으로 보러 간 튤립-수선화 축제에서였다. 

원체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엄마와 나는 그간 'ㅇㅇ 축제'라는 곳은 다 피해 다녔다. 사람 많을 게 뻔했으니까. 하지만 조그마한 마당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온 뒤 꽃을 심고 가꾸면서 꽃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엄마를 '꽃 축제'에 한 번은 데려가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곳은 아산의 피나클랜드 수목원. 튤립-수선화 축제가 한창이었고 많은 종류의 튤립들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튤립-수선화 축제였지만 다른 꽃들도 많아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 역시나 엄마는 카메라를 꺼내 들었고 나는 그런 엄마에게 물었다. 


"집에도 꽃 많은 데 뭐 하러 찍어"

"예쁘잖아" 

그러네. 뭐 거창한 이유가 있나. 예쁘니까 찍는 거지. 


내가 올려다본 하늘이 예뻐서 사진을 찍는 것과, 풍경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는 것과 똑같은 거지 뭐. 

예뻐서 찍는 건데 '꽃 사진 = 아줌마'라고 이야기할 것까지야 있나. 


그 이후로 나는 꽃 사진을 찍었다. 그렇다고 보이는 꽃마다 족족 다 찍는다는 건 아니다. 내 눈을 사로잡는, '와 예쁘다' 싶은 꽃들은 사진첩에 꼭 담아 놓았다. 

 

나는 폰 갤러리에 꽃 사진이 많다며 핀잔을 준 친구에게 말했다. 


"예쁘잖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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