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사이즈는 뭘로 드릴까요?

아이의 교복을 보며 나의 커다란 교복을 떠올리다 com 그림일기

by 초록풀잎

올해 초 브라질에 오면서 나의 가장 큰 과제는 아이를 국제학교에 잘 적응시키는 것이었다.


나름 영어학원에 다녔던 경험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영어만 쓰는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1월 말, 브라질에 도착하자마자 학교 인터뷰가 잡혔다. 아이가 지원한 학교는 영국 학교였다. 우리 부부와 아이 셋이서 함께 학교에 도착했는데 선생님께서 우리는 로비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아이만 데리고 교실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약 30분간 아이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는 바로 아이가 다니게 될 반에서 함께 수업을 한 시간 정도 듣게 해 주었다. 그리곤 다음 주부터 학교에 나오라고 했다.


수업을 참여하고 온 아이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수업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영어만 쓴다고 싫다고 안 간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말이다. 아이는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다.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복을 구입해야 했다.

이 학교는 양말과 신발까지도 규정에 맞는 색깔로 신겨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학교의 한편에 자리한 유니폼 샵에서 학교 교복을 풀세트로 구입했다. 셔츠, 스커트, 재킷 그리고 넥타이와, 같은 색깔의 머리띠, 양말, 체육복이 기본 아이템이고, 거기에 조끼나 스웨터를 추가할 수 있었다.

유니폼 샵으로 가는 중


먼저 선생님께서 아이의 사이즈를 보고 셔츠와 스커트를 가져다주셔서, 입혀보았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보면서 아이는 신이 났다. 교복이 예뻐서 마음에 쏙 든다며 빨리 입고 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다. 내가 봐도 아이의 교복이 참 예뻐 보였다.


교복 입어 보는 중

처음 입어 본 셔츠와 스커트가 너무 딱 맞는 것 같아 한 치수 큰 것으로 달라고 해서 입혀보니 넉넉했다. 스커트는 고무줄로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라 큰 사이즈로 하기로 했고 셔츠도 안에 넣어 입으니 넉넉한 게 나아 보였다. 그러고 나서 재킷을 입혀주셔서 보니 참 예뻐서 그대로 구입을 했다. 체육복도 입어 본 사이즈가 괜찮아서 그대로 가지고 왔다.



당시 머물던 호텔에서 패션쇼




그런데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셔츠와 스커트는 10 사이즈를 사고 재킷과 체육복은 8 사이즈를 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체육복은 워낙 자주 입고, 사이즈도 적당하게 잘 맞아서 괜찮은데, 재킷은 딱 맞아 예쁘긴 하지만 정말 딱 맞아서 오래 입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먼저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이웃 언니에게 여쭤보니 재킷은 학교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하는 등의 특별한 날에만 입는 것이라 입어보지도 못하고 작아질 수 있다며 교환할 것을 권했다.


그래서 결국 다음 날 10 사이즈로 교환해 달라고 선생님께 요청했다. 가져와서 입혀보니 품이 큰 건 그럭저럭 괜찮은데 문제는 팔 길이였다. 나는 조심스레 팔 길이를 바느질로 줄였다. 그랬더니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교복이 마음에 쏙 들어 학교 가고 싶다고 노래 부르던 아이




아이 교복을 보다 보니 문득 나의 고등학교 시절 교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배정을 받은 후, 당시 가장 유명한 교복 가게였던 스마트 학생복을 찾았다.

당시 우리 학교 교복은 조끼와 스커트, 재킷, 목에 묶는 리본 그리고 하복과 체육복을 구입해야 했다. 교복의 디자인은 내 마음에 쏙 들었는데 문제는 사이즈였다.

하루가 다르게 키가 자라던, 두 살 터울의 오빠를 키우며 얻은 경험 때문이었을까?


엄마는 내가 앞으로 얼마나 클지 모른다며 내 교복을 무려 77 사이즈로 사 주었다.

나는 당시 상의 55 사이즈, 하의 66 사이즈가 맞는 체형이었는데 모든 교복을 77 사이즈로 산 것이다.

여학생이 고등학교 때 키가 자라 봐야 얼마나 자라겠으며, 살 또한 그만큼 찌면 얼마나 문제겠는가. 그런데 엄마도 나도 내가 성장기의 학생이라는 것만 염두에 두고 있었나 보다.


스커트는 허리를 두 번 접어 올려야 다른 아이들의 치마 길이처럼 무릎 아래까지 왔고, 조끼는 뒤로 옷핀을 끼워 타이트하게 고정해야 했다. 안 그럼 너무 벙벙하고 뚱뚱해 보여서 싫었다. 게다가 재킷은 얻어 입은 것처럼 컸다. 나는 키도 160에 조금 못 미치는 작은 키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 후, 고등학교 3년 동안 나는 키가 크지도, 몸무게가 늘지도 않았다.

그냥 계속 그 큰 옷에 몸을 넣고 벙벙하게 3년을 지낸 것이다.


지금도 가끔 엄마에게 77 사이즈 교복을 이야기한다.


'엄마 그때 왜 나한테 그렇게 큰 사이즈 교복을 사 줬어?'

그러면 엄마는 겸연쩍게 웃으며 말씀하신다.


'그땐 정말 왜 그랬을까. 네가 더 클 줄 알았지. 하하'


'키 크는 건 그렇다 치고 살까지 그렇게 찔 줄 알았어?’

그러면서 함께 웃는다.




아이의 재킷을 큰 사이즈로 교환하면서 딱 맞게 예쁘게 입히면 좋을 것을 괜히 수선을 떨고 있나 생각하기도 했다. 소매를 접어서 꿰매어 놓으니 아이가 팔을 넣고 뺄 때 불편해 보여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교복을 못 입은 지 어느덧 7개월.

그 사이 아이는 몰라보게 컸고, 또 통통해졌다.

그렇다.


재킷을 교환한 것은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내일은 아이가 7개월 만에 처음으로 학교에 간다. 비록 단 2시간이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아이도 나도 너무 오랜만이라 설레고 기대된다.

아직은 조심스러워서 교실이 아닌 운동장에서 수업을 할 예정이라 교복 대신 체육복을 입고 오라고 한다.


언제쯤 예쁘게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수업하는 날이 올까.

하루빨리 코로나가 진정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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