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와 래시가드 나의 선택은? com 그림일기
지난 9월,
브라질에 온 후 9개월 만에 첫 여행을 떠났다.
바다, 그리고 바다와 연결되는 수영장이 있는 호텔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바로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수영장은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다.
수영장 옆 테이블에 앉아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
파도 소리를 들으며 수영할 수 있는 곳,
수영장 선배드에 누워 길게 늘어선 야자수를 보며 쉴 수 있는 곳!
신이 난 아이와 함께 수영장으로 들어서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
'왜 그러지?'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동양인이 우리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신경 쓰지 않고 놀았다.
바다 저편으로 노을이 질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다음 날 아침, 이번엔 해수욕을 하기 위해 바다로 향했다.
그날도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많이 머물렀다.
'왜 그러지?'
그때 문득 우리의 풍경이 그들의 풍경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은 대부분 비키니를 입고 있는데, 우리만 래시가드를 입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서핑하는 사람들은 우리처럼 래시가드를 입었지만 그 외에는 모두 비키니였다.
심지어 엉덩이를 가리지 못하는 팬티를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브라질엔 이게 유행인가 봐 >. <;)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들도 모두 비키니를 입으셨다.
우리만, 위아래 빈틈없이 채워진 래시가드를 입고, 서핑은 커녕 수영을 못해서 바닷가에서만 왔다 갔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2013년에 친구와 함께 브라질 바다에 놀러 갔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래시가드의 존재를 몰랐다.
비키니를 자랑스럽게 입을 몸매가 안되므로 비키니에 걸치는 티셔츠와 스커트가 있는 four piece 수영복을 주로 입었다. 그런데 함께 놀러 간 친구가 래시가드를 입고 나왔다.
깜짝 놀랐다. 이렇게 좋은 게 있었다니!
래시가드는 몸매를 드러내지 않을 뿐 아니라, 햇볕에 탈 걱정까지 덜어주는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2015년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세 식구의 래시가드를 구입했다.
아이를 낳고 보니 이전보다 해수욕장이나 워터파크, 호텔 수영장 등 물놀이를 자주 가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실외 실내를 막론하고 항상 래시가드를 입었다.
한국에서 호텔 수영장에 놀러 갔을 때가 생각난다. 그 호텔은 어린아이들 놀기 좋은 어린이 수영장으로 유명한 호텔이었는데 실내수영장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그 많은 엄마 아빠들이 모두 다 래시가드를 입고 있었다. 나 역시 래시가드를 입고 있었지만 그 풍경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딱 한 사람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는데 비키니도 아닌 일반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엄마였다. 그 사람이 몸매가 워낙 늘씬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저런 자신감이 나오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래시가드는 수영할 때 당연히 입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곳 브라질의 바닷가에서는 내 모습이 좀 이상하게 느껴진 것이다.
사실 나는 굵은 다리에 콤플렉스가 있다.
중학교 때부터 다리가 많이 부었는데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를 하느라 밤을 새우면 다음 날 아침 운동화에 발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부었다. 그러나 그 붓기를 주물러서라도 빼줘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결국 빠지지 않은 붓기가 그대로 굵은 다리가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여름에도 반바지를 입을 수 없었다. 치마라고는 오로지 교복 치마만 입었는데 그마저도 너무 부끄러웠다. 왜냐하면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에게서도 내 다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말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지금도 선명히 남아있다. 그렇다 보니 평생 반바지, 짧은 치마를 입지 못하게 된 것이다.
40대 아이 엄마가 된 지금 내 다리 굵다고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 없을 테고, 아니 아무도 내 다리에 관심도 없을 텐데, 혹시나 누가 내 다리를 갖고 뭐라 한들 그냥 쿨하게 그러려니 하고 넘기면 될 것을. 한 번 굳어진 나의 콤플렉스는 아직도 타인의 시선이 두렵다.
이런 나에게 적어도 그 부분에서는 외국에서 사는 것이 정말 마음 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뚱뚱하거나 말랐거나, 엉덩이가 크거나 작거나, 다리가 굵거나 가늘거나,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비키니를 입는 문화.
그 자신 있는 모습이 부럽고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 자유가 부럽다.
아무래도 비키니를 하나 장만해야겠다.
아무도 나를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곳에서 시원한 옷을 입고 누리는 자유.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그 자유를 누려보고 싶다.
두 조각 비키니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래시가드보다는 가볍게 입고 그 자유를 만끽해야겠다.
래시가드!
우리 잠시만 안녕하자.
브라질에서 지내는 동안이라도 안녕하고,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