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울푸드

여행지에서 만난 운명의 과자_ JATZ

by 초록풀잎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친구들끼리 질문을 만들어 답변을 주고받는 놀이를 했던 것 같은데 그중 한 친구의 답이 기억에 남는다.

'좋아하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침대에 엎드려 에이스 비스킷을 먹으며 책 보는 것’이라 답한 것이다.

비스킷이라니, 그때의 나에게 비스킷이나 크래커, 혹은 스낵으로 불리는 모든 것은 그저 ‘꽈자’였을 뿐이었다.(경상도에서는 과자를 된소리로 꽈자로 발음한다. 요즘도 그러나 모르겠지만) 그런데 ‘비스킷’이라는 고급스러운 단어로 표현하다니 요즘 말로 좀 있어 보였다.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꽈자’는 ‘티나’였다 (이름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이후 그와 비슷한 모양과 맛을 가진 과자가 나왔다 바로 제크! ㅋㅋㅋㅋ그런데 예전만큼 맛있진 않았다.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투어 배

지난 9월 호주 케언즈로 여행을 갔다.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투어'를 하러 갔는데 배 안에서 한국인 여학생을 만났다. 그 학생이 팀탐을 꺼내 나와 우리 딸에게 건네주었다.

호주를 대표하는 과자 팀탐은 10년 전 멜버른 여행할 때 먹어 본 적 있는데 맛있긴 한데 칼로리 폭탄이라는 말을 듣고 멀리하게 된 과자였다.

낯선 이가 건넨 호의에 감사하며 한 조각을 먹고, 배에 비치되어 있던 홍차를 한 잔 마셨다.

아침에 먹은 거라고는 그게 다 였다.


그런데 배가 출발하자마자 나는 극심한 어지러움과 울렁거림을 느꼈다. 나는 원래 멀미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호주의 배들은 흔들림이 심했다. (전 날 피츠로이 섬 갈 때도 멀미를 한 차례 극복한 터였다.)

눈을 감고 꾹 참고 겨우겨우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푼툰에 도착했다.

이제 살았다 싶어 배에서 내려 푼툰으로 이동했는데!

이런! 푼툰도 역시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이다 보니 흔들흔들...ㅠㅠ

그래도 투어에 포함되어있는 유리 잠수정을 타야겠다 싶어 아이와 남편과 함께 잠수정에 올랐다.

난생처음 보는 깊고 맑은 바닷속 세상이 정말 어마어마했는데 어지럽고 울렁거려 꼼짝 할 수 없었다.

아이는 '엄마 이것 봐, 엄마 저기 봐' 난리 났는데 고개를 돌릴 수 없어 유리창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보겠다고 ㅋㅋㅋ

그 어지러운 와중 찍은 사진

그렇게 한 20분을 보낸 후 잠수정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봉투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봉투가 없었고 차 마신 종이컵이 있어 급한 대로 그곳에....

그런데 컵에 토하고 보니 홍차 한잔이 ㅋㅋㅋㅋ

먹은 거라곤 홍차와 팀탐 한 개여서 토한 것이 초콜릿색 홍차 같았고 냄새도 안 났다. 천만다행이었다.


그러고 나니 한결 속이 편해져서 아이의 요청에 따라 유리 바닥 보트도 탔다.

유리 바닥 보트에서 찍은 사진


(유리 바닥 보트보다는 잠수정이 훨 재밌음)

배를 타고 돌아오니 어느새 점심시간.

뷔페로 음식이 가득 차려지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접시 가득 음식을 퍼오는 모습을 보니 또다시 어지러웠다.

아니 이 흔들리는 와중에 어떻게 음식을 먹지?

나는 냄새도 맡기 싫어서 남편과 아이에게 밥을 먹으라고 하고 혼자 스노클링 데크로 내려갔다.

나는 수영을 못한다.

약 10년 전에 푸껫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해본 경험이 있지만 제대로 익히지 못했는지 바닷속에서 숨쉬기가 힘들어 줄곧 가이드에게 엄지손가락만 치켜들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땐 쓰나미가 휩쓸고 간 후 얼마 안 된 즈음이어서 바닷속 예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니 나에겐 첫 바다였다.


난생처음 발에 오리발을 끼고 데크 손잡이를 잡고 버둥대면서 데크 근처에 모여있는 물고기들을 보았다.

데크 근처였지만 그곳에 머리를 넣기만 해도 예쁜 물고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 바다에서 유명한 물고기는 엄청나게 크지만,

엄청나게 귀여운 ‘월리’였는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서 데크 바로 옆까지 와서 함께 놀기도 했다.


그래도 너무 욕심이 났다.

저 멀리 스노클링 해서 나간 사람들이 부러웠다.

깊은 바다로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손잡이를 놓고 바다에 몸을 맡긴 순간! 정말 신세계가 펼쳐졌다.


구명조끼와 오리발 그리고 스노클링 장비만 있으면 그 깊은 바다를 내 눈에 다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여태 몰랐다는 게 한탄스러울 정도였다.


깊고 깊은 바다 그 안에 가득한 산호들과 물고기들. 심지어 조금 멀리 나가니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온전히 바닷속 물고기들과 나만의 시간!

그때부터 나는 배가 떠난다고 정리하라고 할 때까지 수십 번을 바닷속을 헤맸다.

빈 속이었지만 배도 고프지 않았다.


어느새 정리할 시간이 되어 급히 옷을 갈아입고 타고 왔던 배로 옮겨 탔다.

그런데 갑자기 한기가 몰려들었다.

온갖 옷들을 꺼내 겹쳐 입어도 이가 덜덜 떨렸다.

오후 4시가 되도록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바닷속에 오래 있었던 결과였다.

그렇게 잠깐 이를 덜덜거리며 누워 있었더니 한기가 좀 가셨다.

그래서 옵션으로 찍은 사진을 고르러 내려갔다.

월리와 찍은 사진

아이가 할 수 있는 어린이용 스노클링 옵션이 있다고 해서 했었는데 그때 바닷속에서 스텝들이 '월리’와 함께 사진을 찍어주었다. 여러 장의 사진들 중 구입할 사진을 고르고 돌아서는데 한쪽에 간단한 스낵들이 놓여있었다.

스텝이 은색 봉투를 열어 스낵을 접시에 담는 모습을 보니 마치 제크처럼 생긴 과자였다.

특별히 허기를 느끼진 않았는데 맛있어 보여 한 조각 먹었다.

짜지도 않고 담백하며 바삭한 맛!

한 조각 먹고 나자 갑자기 식욕이 마구 생겨 그 과자를 계속 가져다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그날 저녁 호텔로 돌아와 근처 마트 울월스에 가서 그 과자를 찾았다. 은색 봉투에 들어 있는 모습만 봤기 때문에 패키지를 보지 못했는데, 마트에서 패키지의 그림을 보고 이 과자가 맞을까 생각하며 한통 샀다.

그 과자 이름은 JATZ!!

열어서 먹어보니 바로 그 과자가 그 과자였다 ㅋㅋ

한국에 돌아온 후 그 과자가 자꾸 생각났다.

그 과자의 맛과 함께 배 안의 분위기, 그리고 바닷속 물고기들이 함께 생각났다.


그래서 그 과자가 너무 먹고 싶어서 우리나라에 수입과자 파는 곳에서 팔지 않을까 싶어 검색해봤는데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 대신 한국산 제크와 미국산 리츠를 자꾸 사 먹게 되었다.

제크와 리츠도 약간 맛이 다르지만 그래도 비슷한 스타일인데, JATZ는 제크와 리츠보다 훨씬 바삭하고 담백한 맛이다.

그래도 모양이 비슷한 제크와 리츠를 먹다 보니

‘계속 먹고 싶어 지고, 보면 기분 좋아지는’

그런 과자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만의 소울푸드가 되어버린 제크와 리츠!

둘 중 하나 고르라면 리츠가 더 맛있지만

조금은 다른 맛 JATZ 가 너무 그립다.

그거 먹자고 호주를 다시 갈 수도 없고...

제크와 리츠로 마음을 달래며, 언젠가 팀탐 수입되듯 JATZ가 수입되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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