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바라데로'탈출하기

나의 순발력과 행동력을 칭찬해

by 초록풀잎

요즘 쿠바 여행이 인기다. 드라마 <남자 친구>에서 박보검과 송혜교가 그곳을 찾았고, 예능 프로그램 <트래블러>에서 류준열과 이제훈이 그곳을 여행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의 쿠바 여행을 떠올려보면 어김없이 그날 그 순간이 생각난다. 천혜의 휴양지 '바라데로'의 한 호텔 로비 소파에 하염없이 앉아있던 그 날 그 순간.


'바라데로'는 아바나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달리면 닿을 수 있는 휴양지다.

카리브해의 에메랄드 빛 바다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인데 개인적으로는 멕시코 칸쿤보다 훨씬 좋았다. 왜냐하면 칸쿤에 갔을 때 연속 3일 장대비가 오는 바람에 물이 흐려져 깨끗한 바다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칸쿤은 대신 고급스럽고 멋진 호텔들이 즐비해 매우 만족스러운 올인크루시브 호텔을 즐긴 기억이 있다. 바라데로 호텔은 올인클루시브인데도 무척 저렴했는데, 무제한 이용 가능한 식당이 조식 뷔페 식당과 풀 바 밖에 없어서....(다른 식당들은 2~3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2박 3일 묵었으므로 한 번도 이용을 못했다) 나중엔 아무것도 먹기 싫었던 기억이 있긴 하다. 하지만 바다 하나만은 끝내줬다!

내 인생 최고의 바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쿠바 아바나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버스 터미널이 있는 아바나 시내로 향했다. 먼저 다녀온 선배 여행자들이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는 방법과, 그곳에서 택시를 타는 방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쿠바 여행은 정보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여서 일단 가서 부딪혀 봐야 했다. 터미널에서 버스 시간을 확인해보고 여차하면 택시를 탈 계획으로 터미널로 향했다. 버스 시간을 확인해보니 한참 기다려야 했고 고민 없이 바로 택시로 결정. 터미널 주변에 택시가 여러 대 있어서 가서 물었다. "바라데로 갈 수 있나요?" 그러자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이 아저씨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난 후, 택시가 아닌 일반 승용차를 가리키며 타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택시를 원한다고 말했더니 저게 택시란다.

쿠바 사람들은 순박하다고들 하지만 인상은 사실 그렇지 않다. 영어가 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선뜻 타기가 좀 무서웠다. 그래도 별다른 대안이 없고 따질 말재주도 없으니 그냥 탔다. 그리고 출발한 차는 혁명광장 주변에 가서 세우더니 또 기다리라고 했다.


아무 말도 안 해주고 기다리라고 만하고 사라진 아저씨.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이 커졌다.


내릴까? 트렁크의 짐을 다 꺼내고? 그럼 여기서 택시를 잡을 수 있을까? 우리 바라데로에 오늘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기다리면 갈 수 있을까? 초조해진 나와 남편은 끝없이 답 없는 고민을 계속했다.


어느덧 기다린 지 1시간. 아저씨가 나타나 또 다른 차를 가리키며 옮겨 타라고 했다.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아저씨는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어 그 차로 옮겼다. 우리는 또 짐을 따라 순순히 그 차로 옮겨 탔다. 이번엔 젊은 청년이 운전석에 앉고 그의 친구로 보이는 아이가 조수석에 앉았다. 안 그래도 작은 차에 우리 세 식구가 뒷좌석에 끼어 탔다.

그렇게 출발했다. 바라데로로!


한 시간쯤 달렸을까. 경찰차가 보이더니 경찰이 우리가 탄 차를 세웠다. 그리고 운전자에게 내리라고 했다. 밖에서 운전자와 친구, 두 사람과 경찰의 대화가 이어졌다. 무슨 일일까. 그러나 우리는 제발 별 일없이 이 순간이 지나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운전자와 친구는 돌아왔고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참 과묵했던 우리 모두는 그렇게 조용히 바라데로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에 다와갈무렵 운전하던 청년과 친구가 우리에게 물었다. 이 곳에 며칠 묵을 것인지, 혹시 돌아갈 때 택시가 필요하지 않은지.. 남편과 나는 일단 안전하게 이 곳까지 잘 왔고, (마음을 수도 없이 졸였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돌아갈 때 택시를 구하느라 골머리를 썩지 않아도 되니 괜찮을 것 같아서 약속을 했다. 몇 월 며칠 몇 시에 이 호텔 로비에서 만나자. 그 청년들은 알겠다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고생 끝에 도착한 바라데로 올인클루시브 호텔


그리고 우리의 아무 생각 없이 행복했던 2박 3일이 지나갔다.

투명하면서도 푸르른 예쁜 바다에서 실컷 놀고, 무제한 제공되는 (첫날에만) 맛있었던 음식들과, 모히또와 망고주스를 원 없이 마셨다. 그리고 약속한 날 우리는 시간 맞춰 체크아웃을 하고 로비의 소파로 향했다.


혹시나 놓칠까 싶어 택시가 들어오는 입구가 잘 보이는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약속 시간이 되어도 그 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림이 지루해진 아이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온 로비를 뛰어다녔고 우리는 교대로 아이를 따라다니며 한 사람은 로비 소파에 붙박이처럼 붙어서 택시를 기다렸다.

로비를 뛰어다니는 우리 딸

그런데 오지 않았다. 기다림이 30분 넘게 지났을 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배터리가 없나 싶어 10분에 한 번 씩 전화를 다시 걸었다. 완전히 먹통이었다.


로비 소파에 앉아 보이는 풍경

차가 막히나? 무슨 일이 생겼나? 우리가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까? 그랬는데 얘들이 오면? 또 이런저런 생각들을 계속하며 남편에게 대안을 찾아보라 했는데 대안이 없었다.


호텔에 아바나로 가는 방법을 물어봐도 택시도 없고, 버스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타는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화가 났다. 약속을 안 지키는 이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났고, 대안이 없는 남편과 나에게 화가 났다. 어느덧 1시간을 넘어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갔다.


그 로비의 소파에 가만 앉아 있다 보니 대형 버스가 계속 들어와서 사람들을 내려주고, 혹은 태워 갔다. 단체 여행객인 듯했다. 불현듯 이 바라데로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저 것 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저 차들 중 많은 차들이 아바나로 가지 않을까? 그럼 저 차에 얻어 탈 수 있지 않을까?

버스도 택시도 안된다면 그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영어와 스페인어를 (나보다는!) 잘하는 남편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했더니 이 와중에도 그 건 못하겠단다. 아무 상관없는 저 버스에게 그런 말을 어떻게 하냐고. 너무 화가 났다.


그럼 대안을 내놓으라고!!!!


호텔에 계속 들어오던 버스들

결국 내가 가서 버스 기사에게 말했다. '혹시 아바나로 가나요?'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다짜고짜 말했다. '우리 세 가족이 좀 타고 갈 수 있을까요? 차비를 드리겠습니다.' 손짓 발짓 섞어가며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 가며 말했더니 흔쾌히 타라고 말해준 버스기사 아저씨! 오예~~!!!!


나는 저 멀리 로비에서 나의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에게 의기양양하게 손짓했다.

"빨리 와!!!!!"


버스에 짐을 싣고, 아이와 버스에 올랐다.

점심 즈음 만나기로 했던 그 청년 택시기사는 우리를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바라데로로부터 탈출하게 해 주었다.

버스 창문에 기대어 창 밖을 보는데 어이없음과 허탈함이 몰려왔다. 아바나에서 오후를 멋지게 보낼 계획이었는데 ㅠㅠ


그래도!!

나의 이 선택은 어찌나 잘 한 선택인지, 나의 콧대는 하늘 높이 치솟았다. 남편에게 계속 말했다.


"나 아니었으면 바라데로에서.......!!!"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아바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참으로 답 없는 나라 쿠바.

이런 것도 배낭여행의 묘미, 쿠바의 묘미겠지.

그래도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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