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해보세요 +_+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이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나는 매일 내가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순간을 루틴으로 만들어 놓기 때문에 일단은 매일매일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특별히 그 순간들은 자기 전에 집중되어 있어서, 하루동안 얼마나 치열하고 지난한 일들이 있었는지는 잠시 잊고 비교적 평안하게 잠자리를 맞이하게 된다.
나의 행복 루틴 1번은 '뜨거운 물로 샤워하기'이다. 피부가 벌게진 정도로 뜨거운 물을 (물론 피부에는 좋지 않다고 하지만) 켜고 몸에 닿는 순간 머릿속으로 중얼거린다. '오늘도 따뜻한 물로 몸을 씻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그러면 물의 온기를 흡수한 혈액이 온몸을 구석구석 돌며 말초신경과 관절들까지 덥혀주는 기분이 든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이지 충만한 행복감을 느끼며 수용성 피로와 우울들을 씻어낸다.
두 번째 행복 루틴은 '아들 코 먹기'이다. 둘째 아들은 아직 초등학교 1학년으로 여전히 작고 귀엽고 소중한데, 특히 코가 엄청 귀엽다. 강아지코 같이 생겨서 조그맣고, 살짝 깨물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1번이 뭔가를 씻어내고 덜어내는 해방감이었다면, 2번은 가득 채우는 충전식 행복이다. 아들은 "그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라고 묻지만, 말도 마라, 이 순간이 나는 제일 행복하다.
매일 저녁에 행복의 습관을 들여놓으니, 오늘 하루를 잘 보낸 것 같고, 매일매일 행복한 순간이 있으니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충분히 행복한 사람인 것 같은 착각도 든다. 그래서 나는 우리 두 아들들도 자기 전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그래서 어떤 하루를 보냈든지 '재미있는 하루였다.'라고 마무리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내가 자기 전에 아들들과 10분~30분간 해주는 놀이 루틴을 공개하려 한다. 불을 끄고 누워서 하기 좋은, 소소한 스킨십이 포함된 놀이들인데 태어날 때부터 10살까지 좋아하고 있다.
1) 빨간 고무줄놀이
-아이가 산에 올라갔어요.
-아저씨, 빨간 고무줄 있어요?
-없단다, 대신 고양이를 주지.
-아이가 내려왔어요.
-다음날 아이가 산에 올라갔어요. 고양이도 올라갔어요.
-아저씨, 빨간 고무줄 있어요?
-없단다, 대신 병아리를 주지.
-아이가 내려왔어요. 고양이도 내려왔어요. 병아리도 내려왔어요.
빨간 고무줄놀이는 이런 대사들로 진행된다. 내 연배라면 어릴 때 다들 해보았을 텐데 원래는 팔에 했다. 아이가 올라갈 때는 두 손가락으로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슬금슬금 올라가고, 고양이가 올라갈 때는 손톱으로 죽 긁으며 올라간다. 병아리가 올라갈 때는 손가락을 모아서 쫑쫑 올라가고 코끼리가 올라갈 때는 주먹으로 쿵쿵 올라간다. 여기서 말하는 빨간 고무줄은 팔뚝에 난 손톱자국인데, 아이들 피부는 예민하니 사실 살짝만 힘을 줘도 빨간 고무줄이 생긴다.
처음에는 팔에 해줬는데, 잠자리 루틴으로 만들고 나서는 불을 다 끄고 누워서 등에 해준다. 두 아들을 눕혀두면 동시에 두 명에게 해 줄 수도 있다. 처음에는 고양이, 병아리, 강아지들이 나오다가 나중에는 뱀, 번개, 티라노, 바위 이런 것들을 해달라고 하더라. 아이들이 말하는 아저씨가 준 것들에 대해 엄마가 적절한 소리와 효과를 곁들이면 매우 즐거워한다.
2) 슥슥, 살랑, 번쩍, 쿵쿵
이건 의성어와 의태어를 이용한 놀이이다. 큰아들이 잘 때 '토닥토닥해줘.'라는 요구에서 유래되었다.
"토닥토닥? 오늘은 토닥토닥 안 할래, 살랑살랑해줄래."
그러면서 등을 살랑살랑 만져주었더니,
"살랑살랑 말고 슥슥은 어때?"라고 해서
"슥슥은 이런 느낌이야."
했더니 콩콩, 탁탁, 번쩍, 쿵쿵, 느릿느릿 등등의 요청이 많았다. 모든 의성어와 의태어를 나의 손동작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 노릇이지만, 대충 고심하며 만져주면 엄청 좋아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퐁신퐁신 만져줘, 후다닥 만져줘, 지글지글 만져줘 등등 모든 요청에 성실하게 응답하며 웃겨주고 있다.
3) 까마귀 놀이
-까마귀야!
-왜?
-우리 아들 배꼽 찾아줘.
-알겠어!
1인 2역으로 진행되는 까마귀 놀이는 한 손을 오므려서 부리를 만들며 시작된다. 그냥 손을 접어서 말하는 모양으로 뻐끔거리면서 까마귀 역할을 하면 된다. 까마귀는 아들의 배꼽을 찾기 위해 온몸을 구석구석 뒤지는데, 콧구멍을 보고 배꼽이라고 하기도 하고, 겨드랑이에 가서 배꼽이라고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웃음을 꾹 참으며 배꼽을 사수하려 노력하고(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다른 곳에서 배꼽을 찾는 까마귀를 우스워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까마귀 목소리가 진짜 "까악"소리가 나야 하는 것이다. 이것도 내가 만든 놀이라 딱히 까마귀여야 하는 이유는 없다. 그냥 고양이나 앵무새 해도 될 것 같은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목소리를 생각하다 보니 까마귀가 되었다.
어제도 우리 아들 배꼽 20번쯤 빠지게 놀아주고 뿌듯해서 풀어보는 잠자리 스킨십 놀이였다. 반응이 좋으면 2탄으로 돌아오도록 하겠다. 0세부터 10세까지 먹히니 반드시 자기 전 아이에게 해주고,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