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일기

소설로 풀어낸 직장 이야기

박소연의 소설집 재능의 불시착을 읽고

by 정석진

책을 단숨에 읽었다. 공감이 갔고 흥미로웠고 강렬했다. 오랜 직장생활을 경험했기에 쉽게 이해가 되었고, 요즘 젊은 세대의 생각을 들여다보게 되어 신선했고 신랄한 풍자와 똑 부러진 대응이 인상적이었다.


단편 소설 모음이지만 직장 생활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주제가 전체적으로 이질감이 없고 자연스럽게 읽힌다. 다양한 분야의 직장 생활에서 빚어지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안들이 하나같이 가볍지 않고 묵직하게 다가온다. 책을 몰입해서 읽을 정도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다. 상황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질 만큼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읽고 나서 가장 뇌리에 남는 내용은 무능한 사람과 근무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 하나와 어린이집 교사가 겪는 어려움과 재능에 관한 이야기와 육아휴가와 연관된 에피소드들이다.


실제로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피해만 주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은 어느 부서에서도 받기를 꺼린다. 본인이 스스로 나가지 않는 한 회사 마음대로 해고할 수가 없다. 노동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사례는 다소 극단적인 면이 있지만 직장에서 만나는 유형이 분명하다. 개인의 사정을 헤아려 보면 이해를 할 수 없는 바도 아니지만 조직에서 보면 정말 대책 없는 경우가 아닐 수 없다. 법치와 자본주의의 폐해일 텐데, 참으로 해결책이 없는 벽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직장생활의 기막힌 어려움이다.


뉴스에서 가끔 어린이집 교사가 어린이들을 학대하는 사건들이 보도가 된다. 하지만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다. 세상사에는 반드시 또 다른 이면이 존재한다. 교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대책 없는 갑질이다. 이 소설에서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입장에서 그들이 당하는 고난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자기 아이들만이 최고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교사를 닦달하고 인격모독과 성희롱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인식이 아이를 망치는 길임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이 글의 결말은 통쾌하다. 글을 읽으며 울화통이 터지다가 된통 당하게 되는 양식 없는 학부모의 몰락이 마음을 뻥 뚫는 사이다 같다.


재능에 대한 이야기도 생각거리를 남긴다.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이 회사 구조조정과 맞물려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단편은 보통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대부분 사람들은 특출 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간다. 그 평범함이 위기에는 더 심각한 결점이 된다. 주인공은 다소 엉뚱하지만 동서남북 방위를 정확히 분간하고 눈대중으로 정확한 계량을 해내는 특출한(?) 재능이 있다. 어쩌다 봉사활동에 참여하여 기발한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관심을 받는 이야기가 유쾌하게 그려진다. 사람들과 맺는 관계를 통해 탈출구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육아휴가는 최근에 도입되었다. 법적으로 보장되었다고는 하지만 남성들이 육아휴가를 신청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주인공은 용감하게 휴가를 신청하고 아이를 도맡아 돌보는 전업주부의 삶을 산다. 이를 통해 육아가 얼마나 고난도의 힘든 일인지를 몸소 경험하게 되고 이 땅의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변화하는 시대에 육아와 전업주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이 글을 통해 인식의 변화가 넓혀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 외에 신입사원으로 갑자기 퇴사하는 과정과 반려견의 임종을 앞두고 휴가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있고 사명감으로 비영리 단체에 근무하지만 자금모금과 관련하여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민하는 내용도 주목할 만한 내용들이다. 맨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직장의 언성 히어로들의 이야기들은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소설은 직장에서 겪는 우여곡절을 통해 직장생활의 애환을 심도 깊게 만날 수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이 다 요지경 속이겠지만 우리의 삶에서는 결코 빠질 수 없는 비중이 큰 부분인 직장도 복잡한 또 하나의 요지경 세상이다. 이 소설에서 언급된 이야기들이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예방주사가 되었으면 좋겠고 기존 직장인들에게는 현재 겪는 문제들이 나만 겪는 게 아니라는 위로가 될 것이고, 중장년들에게는 사회 변화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세대의 생각과 사고를 만날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 재미있게 풀어낸 직장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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