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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ug 19. 2023

영국으로 출발한 비행기 안에서

영국, 스페인 여행기 2

영국을 향해 출발하는 길, 비행기를 탈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비행기가 아주 작아 보이는데도 막상 비행기 안에 들어서면 생각 이상으로 넓어서 많은 이들이 탈 수 있다는 점이다. 보이는 것과 실재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례가 아닐까?

비행기 연결통로에서 먼저 가는 아내와 딸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즐거운 모습에서 여행의 기대와 가벼운 흥분이 전해온다.

비행 편을 동방항공으로 알고 있었는데 Air China였다. 항공편을 예매한 딸이 잘못 알려준 탓이다. 비행기가  생각보다 더 나은 듯했고  실내가 깔끔해서 좋았다.

후미에 자리가 있어 앉았는데 날개가 가까운 자리인지 기름냄새가 많이 났다. 불평하는 내게 딸은 "냄새는 날 수 있는 거고 조금 지나면 괜찮을 거니 참아, 아빠" 란다. 어른스러운 딸의 태도에 입이 절로 다물어진다. 잠시 후정말로 냄새가 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의 간사함이란!

Air China 를 타다

에어컨 바람이 차가웠다. 담요를 덮고 있는 승객들이 눈에 들어와 승무원에게 요청했더니 포장이 되지 않은 담요를 가져다준다. 나중에 포장이 된 담요를 승무원들이 나누어 주는 것을 보고 나의 오지랖때문이라며  딸에게 타박을 듣는다.

한참을 움직이지 않더니 마침내 굉음과 더불어 비행기가 내달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앉아 있는 나의 자세가 기울며 몸이 공중에 붕 떠오른다. 무거운 비행기가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른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땅에서 올려다보던 구름을 만난다.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이 분명하다. 무거운 비행기에 앉아 구름 속을 날고 있으니 말이다.

이때의 기분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중력에서 해방된 자유로이 나는 새가 되는 느낌이 이런 것이 아닐는지...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한 기쁨이 반짝 거린다. 아내와 눈을 맞추며 눈웃음을 짓는다.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잠시 눈을 감는다.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신선하다. 얼마 되지 않아 기내식을 나누어 준다. 오전 8시에 부랴부랴 집을 나서서 아무것도 먹지 않아 출국장에서 요기를 해서 배가 불러도 어쩌랴!  기쁜 마음으로 먹어야지.

베이징 경유라 비행시간이 짧아 기내식을 기대하지 않았다. 소불고기 조림과 여주와 표고버섯볶음에 밥이 나왔고 빵과 버터에 딸기 요구르트로 기대 이상이었다.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기내식은 해외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라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웠다.

기내식

목베개에 기대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안내방송에 도착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여행하는 시간은 도착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떠나는 순간부터 모든 순간이 여행이다. 어렵게 나선 길, 오감을 동원해서  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맛을 보리라.  

마음속에 기대라는 싹을 틔우며 물을 주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베이징행 기내

#여행에세이 #비행기 #기내식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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