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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ug 22. 2023

눈이 호강했지! 대영박물관

영국, 스페인 여행기 7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지만 그 점은 잘 모르겠고 그들이 문화 강국임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물론 제국주의를 앞세워 각국의 문화재를 수탈한 문제도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재 파괴의 만행을 보면  가져다 보존하는 순기능이 있겠다는 자조 섞인 생각도 든다.

대영박물관

문화강국이라 함은 박물관 미술관이 모두 무료라는 것이다. 컬렉션은 말해 무엇하랴! 대영제국의 화려한 시절의 수집품들인데.... 벅찬 기대를 안고 공짜를 누리는 즐거움까지 더해 발걸음이 난다.


휴가시즌이 조금 지났기에 박물관이 많이 붐비지 않았다. 박물관 건물도 예술품으로 손색이 없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물관 천장

장소가 넓어 볼거리는 차고 넘치는데 볼 욕심이 솟아나 저절로 맥박수가 마구 올라간다. 아내와 딸은 별 흥미가 없기에  버려두고 내 마음대로 휘젓고 다닌다.


고대부터 지역별로 보물들이 시장에 놓은 팔거리처럼 가득하다. 심지어 귀한 문화재들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정도로 쉽게 접근해서 자세히  수가 있어 좋다. 관람객이 주인이 되는 전시공간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귀해도 너무 많아지면 대접받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상황을 만나는 순간이다.


특별히 인상적인 것은 인물 조각이 풍기는 내면의 심상이다. 시간적 여유가 많다면 한참을 들여다보고 내적인 대화도 나눠보겠지만 그럴 여건이 전혀 아니다. 볼거리는 넘치고 시간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나라와 그 시대를 품은 특별한 느낌을 조금은 들여다보는 듯해서 아쉬움을 달랜다.


평소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기에 때는 이때다 싶어 중국, 한국, 일본관을 돌며 수도 없는 명품 도자기를 만났다. 명, 청시대의 경덕진요에서 빚어진 완벽한 자기들은 볼 때마다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저렇듯 명품 자기들이 이곳에도 넘쳐나는데 대만박물관에도 베이징에도 수도 없이 많으니 문화재  양만큼은 대국이 맞는 것 같다.


일본은 뒤늦게 조선의 도공을 모셔다 자기 산업을 발전시켰으나 일본만의 독특한 화려한 자기를 빚어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그에 반해 우리는 기술의 중함을 멀리하여 고려시대의 꽃핀 자기 예술의 전통을 잇지 못했다. 단지 흘러가버린 영광의 자취만 남은 것 같아 서글프다.

한국관의 자기들 /고려청자

일본 전시관에서  백제관음상을 보며 묘한 느낌이 들었다. 유려하고 늘씬한 자태에 일본인들의 정서가 느껴지는 나무로 조각된 보살 입상인데 백제의 손길이 닿았다는 것이 조금은 의아했다. 백제인들이 지닌 미적인 감각이 전해진 결과물인 것이다. 그들의 미의식의 밑바탕에 우리 옛것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백제관음상

가장 인파가 북적인 곳은 이집트 미라 전시관이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흥미를 끄는 전시 공간이다. 미라 전문 판매장인 듯 각색 미라 관련 부장품들이 수천 년의 세월에도 끄덕하지 않고 선명하고 화려한 색감을 뽐내고 있다. 내세를 얼마나 강렬하게 희구했으면 저렇듯 지극 정성일까! 이집트를 탈탈 털어다 갖다 놓은 전시물들이 너무 많아 질릴 지경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이집트인들의 심정은 어떨지를 잠시 헤아려본다. 우리에게 일본이 얄미운 존재이듯 그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집트 미라 전시관

나도 모르게 꽤 시간이 흘렀다. 아내가 가자고 채근이 다. 이런, 아직 돌아볼 곳이 많이 남았는데 이를 어쩐다! 간다고 톡을 하고는 둘러보지 못한 공간을 찾아 헤맨다. 아뿔싸! 그리스 로마 전시실을 놓쳤다.

입구 조각상

욕심대로 다 이루면 좋겠지만 때로는 부족한 듯싶을 때가 좋을 수도 있다. 꿀단지를 남겨놓은 듯 박물관에 미련을 남기고 나서는 길에 입구에 세워진 조각들이 아쉬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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