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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Nov 06. 2023

익숙한 새로움을 찾아

글쓰기에 대한 생각 하나

익숙한 새로움이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이 있다고 한다. 글쓰기에도 접목할 수 있는 좋은 시각이다. 뻔한 일상은 타성에 젖은 진부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게 쓴 글은 신변잡기에 불과하고 읽는 이들에게 아무런 감흥을 줄 수 없다. 단순한 일상이라도 그 이야기에 새로움이 담겨 있다면 신선한 글이 될 수 있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이란 어떤 의미일까?

처음 든 생각은 이것이다. '주의하면서 심도 있게 관찰하는 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등산을 떠올려 본다. 대부분 사람은 산에 가는 이유가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다. 물론 목표를 정하고 성취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데 삶의 현장은 대부분 목표 지향적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경쟁이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그런데 문제는 목표를 끝없이 준다는 것이다. 하나를 이루면 새로운 목표를 주고, 이런 일은 중단이 없다. 시시포스의 돌처럼 한없이 반복될 뿐이다.

차꽃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그렇게 힘들게 사는 데, 여가를 보내는 시간에도 동일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그런데도 습성에 배인 몸과 마음은 나도 모르게 익숙한 삶의 방식을 따라간다. 몸에 맞는 옷이 편한 것처럼.


이런 관점에서 벗어나 산행을 해보면 다름을 새롭게 경험하게 된다. 지나치면 쉽게 볼 수 없는 풀숲에 숨어 있는 작은 꽃들을 만나 인사를 건넬 수 있고 꽃이 풍기는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숲에 깃들여 사는 곤충을 발견할 수도 있고 새들과 작은 동물들도 마주칠 수 있다. 귀를 열어 집중해 보면 청아한 새의 노래도 감상할 수 있고, 계곡물이 들려주는 자연의 맑고 깨끗한 소리도 맛볼 수 있다.


걷다 마음이 이끌리는 장소에서는 그냥 지나가지 말고 머물러야 한다. 자연이 베풀어 주는 성찬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나도 자연의 일원이며 삶이 단순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거기에는 비교도 없고 잘난 것도 없다. 욕심과 시기는 우리 마음이 빚어내는 허상이다. 자연에는 욕심과 시기가 살지 않는다. 한데 어우러져 각자 제 삶을 살아내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자연 속에 깃들여 자연과 하나 되는 경험을 맛본다. 삶에서 쌓인 더께를 걷어내는 시간이다.


일상에서도 그럴 수 있다. 반복적인 삶이라고 해서 절대 똑같지는 않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나 자신도 어제와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 매 순간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의 재생주기는 위장 세포는 2시간 반, 내장 세포는 2시간 반에서 7일 정도가 소요되고 백혈구는 평균 2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내 몸 안의 세포 전체가 새롭게 되는 데는 7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어제와 같은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려면 관찰과 집중이 필요하다. 의미를 부여하고 집중하는 것이다. 작가나 시인은 남이 보지 못한 것을 찾아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사람이다. 아무 생각이 없이 그냥 지나치지 마라. 마음을 두면  평범한 풍경에서 낯섦을 발견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소재 한 가지라도 실마리 삼아 풀어내면 다채로운 상상을 펼칠 수 있다.

매사에 애정을 담아보자. 애정이 어린 시선은 새로움을 만나게 하고 새로움은 삶에 감탄을 선물한다. 작은 감동들이 모여 삶에 기쁨이 되고 기쁨들이 모여 행복을 이룬다. 새로운 날을 맞아 새로움을 만나는 새날을 살자. 익숙한 데서 새로움을 찾는 여정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다.


#에세이 #글쓰기 #익숙한새로움 #발견 #함성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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