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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an 27. 2023

나는 왜 기대를 할까

'기대'라는 단어가 있다.  

 바람, 소망이 어우러진 희망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긍정의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로 주로 쓰인다.

하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오거나 상처로 남기도 한다.

최근 삶 가운데 나 자신이 기대가 참 큰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소한 영역에서 은근히 바라는 것들이 많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런 결과로 정말 별 것 아닌 일들로 마음에 스크래치가 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런데 자조적인  일은  이 소동은 누구도 알지 못하고  완전히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격이라는 것이다.

물론 다행스럽게 스크래치일 뿐 더 악화되어 감당 못할 상황이 초래되는 심각한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

기분이 좀 다운되는 그 정도일 수 있겠다.


기대는 일방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상대방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데, 상대가 스스로 짐작하고 알아서 무엇인가를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누구나 알게 되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생활하다 보면 우리가 정답으로만 살지 못하마음먹은 대로 되질 않는다.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기대라는 측면에서 나 자신이 그런 것 같다.

나는 왜 그럴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사고하는 방식이 다르다. 결코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주는 것을 선호하고 또 다른 이는 받기를 좋아할 수 있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받기를 더 좋아하는 측면이 있지만.


나는 분명 주기보다는 받기를 좋아하는 부류인 점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마냥 무엇인가를 받기만을 바라는 사람은 또 결코 아니다. 때때로 도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주기를 좋아한다.


도대체 원인이 무엇일지 숙고해 본 결과 약간의 실마리를  찾았다. 정답이 맞는지는 별도로 차치하고,

나만의 특질과도 연관이 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민감하고 세심한 사람이다. 그리고 오지랖이 넓은 편이다. 그런 결과로 눈치가 굉장히 빠르다.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축에 속한다.

그러한 특성을 가져서인지 상상의 나래가 너무도 쉽게 펼쳐진다. 그렇게 생각이 부풀어져 기대가 생겨나는 것 같다.


무관심하고 무심한 사람은 상상할 일이 따로 없다. 눈앞의 현실만을 지각할 뿐이다. 하지만 모든 감각이 살아  있는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지각한다. 그와 관련하여 자연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니  깃든 생각에 판단이 들어가고 결론이 지어진다. 이것은 말 그대로 일방통행이다. 호응이 없기 마련이다.

그런 결과로 당연하게도 내가 바라는 상황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마음에 이미 탑을 쌓은 나는 허망한 일이 되는 것이다.

청둥오리 발자국과 물결무늬

다른 한 가지는 내가 애정결핍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우리가 자라난 시대에는 대부분 방목하듯 자랐다. 그렇다고 완전 무관심 속에서 큰  것도 아니지만 사랑이 넘치는 환경도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평범하게 자랐다고 본다.


어쨌든 나는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무엇이든지  관여가 되는 펀이 좋고 함께 참여하기를 바란다.

소외를 싫어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혼자 있기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선호한다.

사람들과 함께 할 때도 절대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나서서 무엇인가를 해야 직성이 풀리고 힘도 난다.

아마도 그 밑바탕에는 사람들이 내 존재를 기억해줬으면 하는 욕구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그런 점들도 분명히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결정적인 이유가 생각이 났다.

무관심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가 따로 있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성격과 관계가 다.

함께 같은 사무실에서 일은 하고 있지만 나는 소속이 다른 상황에서 일부의 일과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현 직장은 수 십 년 몸 담고 하다 퇴직을 해서 새로운 신분으로 재취업을 한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다면 아마도 이런 느낌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에 조직중심  구성원으로  리더로 일했던 경험이 자꾸 지난 과거를 소환하는 까닭이다.

나는 소속감을 누리고 싶은데 여건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런 허전함이 기대를 버리지 못하게 하고 미련을 갖게 만들었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를 잊지 못하고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과거에 살고 현명한 이는 현재를 산다.

과거를 빨리 잊자. 그리고 현실을 분명하게 자각하자.

지금의 위치를 인정하고 기대를 내려놓아야 한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나는 이제 주변인이다.

기대는 욕심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마음을 비우면 번뇌는 저절로 사라진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방향이다. 거스르려 하니 힘이 든다.


지금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그 이상의 생각은 버리기, 어렵지 않다.  단순하지 않은가?

#에세이 #기대 #바람 #소망 #자각 #현재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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