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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an 29. 2023

눈은 창호지를 스치고

눈 오는 겨울밤의 시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눈도 자주 내려서 온전한 겨울의 풍경이다. 

길거리에서 유독 눈을 사로잡는 옷차림이 있었다. 모피를 온몸에 걸친 분을 보았는데, 너무 잘 어울렸다. 한겨울이 주는 특별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겨울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들도 있다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겨울을 그다지 썩 좋아하지 않는다.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가 싫고 생기가 말라 생동감이 느낄 수 없는 나무도 탐탁지 않다.

너무 쓸쓸해 보이지 않는가?

물론 맑고 쾌청한 날은 겨울이라도 좋다. 밝음이 주는 희망의 기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겨울이 조금은 좋은 이유는 눈이 오는 특별함이 있어서다. 밤이 이슥한데  고요히 내리는 눈의 정경은 따뜻함 마저 풍긴다.


따스한 실내에서 펑펑 내리는 눈을 구경하는 일도 아주 특별한 즐거움이다. 멍하니 눈을 바라보면 저절로 옛 생각이 나질 않는가?

추억에 젖어 옛날을 회상해 본다.


예전 겨울은 밤이 길어 특별한 놀거리가 없어서 일찍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단칸방에서 살았기 때문에 좁은 방에서 가족들이 빼곡히 붙어서 자야 했다. 난방도 제대로 되질 않아 바닥은 뜨거웠지만 외풍이 부는 방안 공기는 입김이 서릴 정도로 차가웠다. 창호지를 바른 방문 밖은 바로 한데여서 바람이 문풍지를 흔드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잠이 곧바로 오지 않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까무룩 잠이 들곤 했다.

눈이 내리는 밤은 눈이 창호지를 스치는 소리마저 들을 수 있었다.

그때를 추억하며 시 한 수를 읊는다.



눈은 창호지를 스치고


스르르 내린 저녁
밤은 깊어가고
하염없이

눈이 내린다

작은 방에
옹기종기
등을 마주하고
두런두런

잠을 청하는 밤

격자문 밖 눈송이
궁금한 지
그리운 지

문틈을 기웃기웃


그러다 살며시
사각사각

눈이
창호지 스치는 소리


소복하게

눈은 쌓이고
아득히

깊어가는
고요한 겨울밤


#시 #겨울밤 #창호지 #잠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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