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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an 30. 2023

알아? 난 살찌는 게 소원이었어!

아내의 끝없던 내조에 대하여

살이 찌고 싶다고 하면 좀 뜬금없이 들리지 않는가?

살을 빼는 다이어트가 봇물을 이루는 시대라지만 너무 말라서 살찌는 것이 소원인 사람들도 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사실 나는 먹는 것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식탐이 많다는 소리까지 듣는다. 그만큼 먹기를 좋아하고 가끔은 계속해서 먹을 것을 찾으며 쉴 사이 없이 먹는 나 자신을 보며 스스로 너무 먹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까지 할 지경에 이르렀다.


정말로 먹는 일에 흥미가 없는 때가 있었다. 빼빼 말랐을 적의 이야기다. 그 당시에는 밥 한 공기를 먹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다. 억지로 먹다가 체하는 경우도 많았다. 배가 고파서 먹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식사 때가 되어서 먹었으며, 약 한 알로 대신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를 달고 살았고 늘 기운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식욕도 없고 소화도 잘 안되니 먹는 일이 곤욕스러웠다.


결혼 전 총각 시절의 이야기다.

회사 기숙사에 지내며 바쁘고 일도 많은 직장을 다녔었다. 저녁에 학교를 다녀야  했기에 식사를 제 때 하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수업이 끝나고 저녁 늦게 기숙사에 가면 식사시간이 끝나 먹을 수도 없었다. 당연히 건너뛸 때가  많았고 어쩌다  야심한 시각에 식당을 찾아  허겁지겁 먹을  때도 많았다. 그렇게 불규칙적인 식사를 오랜 기간 하게 되니 위염도 생기고 식욕도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속 쓰림도 생겼다. 이런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몸이 말라 기초대사량도 적게 되고 자연히 음식이 당기지 않았던 것이다.  성인 남성의 몸무게가  50킬로도 채 되지 않았으니 창피하기까지 했다. 그랬으니 몸무게가 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지금도 그때 사진을 보면 마치 깡마른 인민군 병사처럼 보인다.

그러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해서 아내가 꼬박꼬박 챙겨주는 정성스러운 식사가 있었고, 장모님께서 시골 한의사에게 처방받은 약방문을 따라 위에 좋다는 특별식을 꾸준하게 먹게 되었다.

그 처방은 소 천엽과  찹쌀 그리고 마늘과 인삼을 함께 푹 끓여서 고를 내어 장복하는 일이었다.

그 일은 간단치 않았다. 어렵고 까다로운 작업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소 천엽의 경우 까만 껍질 부분을 벗겨내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천엽을 적당하게 데쳐서 직접 손으로 일일이 떼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젊은 새색시가 하기 힘든 처음 해보는 일을 아내는 싫다는 내색 하나 없이 아무렇지 않게 기꺼이 해주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자다가 속이 쓰려 자꾸 깨는 나를 보고 위에 좋다는 온갖 음식을 해주었다. 매일같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감자 수프, 생감자 주스, 양배추 즙에 양배추 쌈까지...


그런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조금씩 건강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살이 붙었다. 또 한 가지는 신기하게도 늘 차갑던 손과 발이 따뜻해졌다. 나중에는 몸도 뜨거워져 아내가 저리 가라고 정도였다.

아마도 인삼을 먹은 효과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속도 덩달아 편해졌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힘도 나기에 체력 증진  운동도 병행했다. 


그런 결과로 지금은 70킬로 가까이 체중이 늘었고 이제는 탄탄해지고 아주 건강해졌다. 빼빼 마를 때 소원하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식사 시간마다 한 공기를 못 비우고 꼭 한 숟갈을 남기던 기억은 흘러간 옛 노래가 되었다. 지금은 밥을 먹고 나서 군것질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과일은 엄청 좋아해서 꼭 챙겨  먹는다.  사다 놓은 과일은 거의 내 차지다.

특히 여름에는 복숭아를 물리도록 먹고 가을에는 단감을 겨울이 올  때까지 입에 달고 산다.  물론 겨우내 귤도  끊이지 않는다.


과거에 말랐던 체질이어선지 살찌는 염려라는 것이 내게는 1도 없다. 그래서 먹는 것에 하나도 거칠 것이 없다. 아내는 물만 먹어도 찌는 체질이어서 언제나 실컷 먹어도 되는 나를 엄청 부러워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는 없는 법, 시도 때도 없이 먹으니 속이 다시 쓰리다. 너무 많이 먹어 생긴 병인 역류성 식도염이 생겼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다.


무엇이든 적당이 필요하다. 과하면 반드시 탈이 나게 되어 있다. 내겐 만성 위염으로 해마다 위 내시경이 필수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한번 나빠진 기관은 원래대로 돌아가기 어렵다. 지금은 먹는 일에 절제가 필요한데도 워낙 말랐던 과거의 트라우마가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이제는 내 몸은 내가 스스로 챙기고 아내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때다.


돌이켜 보면 지금의 내가 사람 꼴을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아내의 덕분이다. 지극한 정성으로 섬겨준 아내의 내조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정말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이다.  사랑이  넘치고 이토록  헌신적인 아내를 만났으니  말이다.


#에세이 #아내 #내조 #살 #몸무게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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