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이 대통령이 되어 미주리 주의 자기 집에 잠깐 들렀다가 30년 전 친구인 국민학교 동기 동창이
경영하는 이발관에 들러 이발을 하였다.
동창이 하는 말이 "대통령이 되어서 이런 누추한 곳에 오시다니 저희 이발관으로서는 영광입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이발도 이발이려니와 그대와 30년 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 어린 시절로 돌아
가는 느낌이 나겠으니 뜻있는 일이 아닌가?.라고 했다.
하루 '만보 걷기'를 시작하면서 매일 읍사무소 옆에 있는 컬러풀한 남편의 단골 이발소 앞을 지나간다.
한자로 理髮所, 理髮館이다. 뜻을 풀이하면 터럭을 다스리는 곳, 집이다.
지난번에 뒷머리카락을 한 일자( 一 )로 자른 것에 항의할 겸 한 번 들어가서 실내를 구경하고 싶다.
벽에 푸시킨의 詩가 있는 액자와 면도날을 문지르는 가죽이 걸려있을 것 같다. 가게 뒤쪽에 있는
연탄재를 보면서 난로에 보리차가 끓고 가끔 고구마와 쥐포를 구울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면서
앞을 지났다.
남자들도 이발소에 가면 무장 해제하고 잡다한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늘어놓는 모양이다.
그날 이발소 주인은 자신의 가정을 잘 다스리지 못해 세 번이나 이혼한 것을 고백(?)하면서
남편의 머리털도 다스리지 못한 것 같다.
세 명의 여자와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그이가 안됐기는 하지만
남편 뒤통수를 볼 때마다 눈에 거슬려서 단골 바꾸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남편은 "미용실로 손님 빼앗기고 노인들만 찾는데 그나마 단골손님들이 세상을 떠나
오래 하지 못하고 문을 닫을 거라는데 어떻게 바꿔 난 안보이니까 상관없어"라며
내 말문을 막았다.
어릴 때 이발소에서 머리 자르는 게 소원이었다는 시동생 말이 생각난다.
막내 삼촌과 남편은 두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시조부는 맏며느리를 보고도
아들 딸을 낳아서 막내 고모는 남편보다 두 살 어리다.
동복형제처럼 자랐다. 그때는 둘째 셋째 작은 아버지와도 같이 사는 대가족이었다.
삼촌과 작은 집 사촌 동생 세명 남편과 형제들 예닐곱이나 되는 사내아이들의
이발료가 수월찮게 들어가서 '이발기'를 사서 할아버지께서 직접 잘라 주셨다.
할아버지의 이발 솜씨가 들쑥 날쑥인 데다 이발 기계도 세월이 지나면서 무뎌져서
뜯기듯 잘라져 많이 아팠다고 그러나 더 곤란한 것은 쥐 파먹은 것 같은 헤어 스타일이었다.
머리털이 자랄 때까지 아이들의 놀림을 당해야 했으니까
"촌수가 높은 삼촌도 집에서 이발을 했는데 형님은 장손이라고 이발소로 보냈어요."
은근히 장손을 챙긴 할아버지가 그리운 듯이 시동생이 말했다.
구불구불 고갯길 같은 등으로 지게를 지고 밭으로 향하시던 모습과 마루에서
'춘향가'를 흥얼거리던 시할아버지 모습이 교차하면서 떠오른다.
그립다.
훗날 그리워질 것 같은 이발소를 사명감(?) 가지고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