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별장

by 어수정
어느 별장.jpg <어느 별장>, 수채, 어수정 作, 2021.8.3





가끔은 과거의 추억을 하나씩 꺼내어 나쁜 기억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좋은 기억은 엔도르핀(endorphin) 형성으로 삼으면서 하루를 지내기도 한다.


30여년 전, 교직생활을 하는 대학 친구들과 평상시에는 자주 만나기 어렵고

여름과 겨울 방학을 이용해 1박 2일, 또는 2박 3일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1년 중 두 번, 여름과 겨울에 만나기 때문에 우리의 모임 이름은 '여울회'

그 당시 40대인데도 친구들과 만나면 여고생처럼 웃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일상생활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였다.

어떤 때는 차를 직접 운전하면서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다녔다.

그때는 네비게이션도 없어서 지도를 보고 물어물어 도착하기도 하고,

방향을 잘못 알아 돌고돌고 하였는데, 그것도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지금은 네비게이션이 있어도 운전하기도 힘들고

더욱이 코로나 19로 인해 갈 수도 없으니...

그 중 생활에 여유가 있는 친구가 이담에 퇴직하고 콘도나 별장을 장만하여

여행다니자고 하여 모두 좋다고 박수치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별장,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최상위 1%의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집.

그냥 세끼 밥 먹으면서 살아가는 소시민은 꿈도 꿀 수 없는 또 다른 집.

또 다른 집 말고 소시민이 편안히 쉴 수 있는 평범한 집 하나를 원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부동산 문제.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오르고 있는 집값 폭등.

강남에 있는 40년 이상 된 낡은, 작은 평수의 아파트가 20~30억원이라니...

부동산 정책의 잘못인지, 돈 많은 부유층의 욕심인지,

부동산 중계업자의 술책인지, 돈의 가치가 떨어져서인지 참 모를 일이다.

정말 이상한 현상이다.

지나친 양극화가 만들어낸 기이한 현상.

배 부르고 등 따뜻하게 해 주면 최고의 위정자인 때도 있었는데...

왜 우리는 집에 집착을 할까?

집 하나 장만하면 식구들과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이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만들어진 혼란스런 부동산 문제.

사람이 집을 가꾸고 다스려야 하는데, 집이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

아니 집값이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 결국 돈이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신민주가 쓴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책의 제목에 눈길이 가서 읽게 되었는데,

페미니즘(feminism)과 기본 소득이

자연스러운 세상을 꿈꾸며 기본 소득당 창당에 참여한 작가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욕망하지만

또 가장 부족한 수단인 돈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들은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지날수록 나아지는 삶이

허황된 바람이 아니기를 바라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성실하게 노력하면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힘들어도 참고 살아 왔는데,

요즘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그런 기대를 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책에서 작가는 일의 유무, 장애의 유무, 소득 수준과 주거 형태,

가족의 형태와 상관없이 기본 소득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정기적으로

지급되어야 하는 소득이라고 한다.

기본 소득은 돈 이야기이지만 결국은 돈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기본 소득이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중요하듯이

모든 일에서 불균형의 최소화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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