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우리가 함께 있으려면
Chapter 9: 우리가 함께 있으려면
찰리는 긴 꿈을 꾸었다. 그 꿈에서 찰리는 명아와 오랜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꿈속의 명아는 찰리의 어깨에 기대어 부드럽게 물어왔다.
“너의 삶의 의미는 뭐야?”
지쳐있는 어깨의 능선 사이로 별처럼 반짝이는 친구의 두 눈이 질문을 토해내고 있었다. 친구는 묻고 있었다. 이 괴롭고 더딘 시간을 견디게 하는 찬란함은 무엇이냐고, 모든 것이 덧없고 결국엔 바스러질 이 세상 속에서 우리가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것은 대체 어떤 이유에서냐고 말이다. 별이 있다면 함께 쫓고 싶고, 없다면 그저 망망대해를 걷겠노라고 말하는 친구의 모습에 잠시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긴 호흡으로 숨을 고른 뒤, 찰리는 투명해진 대답을 토해내었다.
“인간. 삶과 죽음 사이의 흔들리는 의지. 그래서 세상.”
찰리는 그 순간의 자신의 대답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는 사실 단순한 말을 하고 싶었다. 그저 함께 머물러 있기에 의미가 생기는 것은 아니냐고, 내겐 그렇다고 말이다. 어두운 밤바다 같은 우주를 혼자만의 빛으로 여행하는 것은 너무나 외롭다. 파멸을 향해 영원토록 달려가는 것이 인간이지만, 동시에 세상에 희망으로 맞닿아 자라는 것도 인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꿈속에서는 다른 대답이 나와버렸다. 찰리는 그 대답을 두고두고 곱씹어야만 했다.
명아는 별처럼 슬픈 눈으로 그들의 관계 너머를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의 찰리는 명아의 감정에 닿아있었다. 말하지 않은 이야기도 전해지지 않은 마음도 다 들렸다. 외로움과 인간 너머로 친구의 질문 하나가 더 메아리쳤다.
“우리가 함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우리가 ‘너와 나’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사람과 사람은 어떻게 함께 있는 걸까. 죽음과 삶을 넘어서 함께 있는 방법은 무얼까. 찰리는 그녀를 말없이 꼬옥 안아주는 것 말고는 대답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찰리는 가만히 눈을 떴다. 더 이상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는 팔에 흰 붕대가 칭칭 감겨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곤 곧 온 병원이 환자들로 가득한 상태라는 것을 예민하게 느꼈다.
곳곳에서 절망과 고통의 파도가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찰리는 마음이 쪼개지는 것 같은 괴로움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실의 문을 연 찰리는 그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찰리의 눈보다 마음이 먼저 사람을 읽었다. 호기심, 두려움, 분노, 안타까움의 감정을 읽은 찰리는 다시 황급히 문을 닫았다. 그 앞에 서있는 것들은 기자들이었다. 지나간 과거의 악몽들이 되살아났다.
찰리의 주변 인물들이 한 명씩 죽을 때마다 기자들은 이렇게 떼로 몰려와 그를 괴롭히곤 했다.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끔찍한 영향을 받고 있는 찰리에겐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비록 누가 죽은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이었는지라 어떻게 해서든 기자들을 피하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찰리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린 기자들은 문을 매섭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찰리 씨, MBM 뉴스 김기자입니다! 잠깐 한마디만 해주시죠! 감정탑 폭발 현장에서 발견되셨는데 아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폭발물을 보셨는지요?”
찰리는 동해 바닷가의 감정탑이 갑작스레 폭발했다는 것까지야 눈앞에서 봤으니 알았지만 왜 그렇게 된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지 못했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것은 수도의 주감정탑에 무슨 일이 생겨서 연쇄작용으로 지방의 감정탑들까지 폭주했다는 것일 텐데 찰리에겐 추측을 위한 재료도 지식도 부족했다.
찰리는 간호사를 불러서 제발 기자들을 쫓아보내달라고 애걸복걸했다. 이미 이런 상황은 살면서 수도 없이 겪었는지라 다른 무엇보다도 간호사에게 부탁하는 것이 빠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눈물이 글썽이는 찰리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간호사는 문밖으로 나가 환자의 안정을 위해! 하고 큰소리로 말하며 기자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한결 조용해진 병실 안에서 찰리는 자신의 몸상태를 면밀히 점검해보았다.
팔에는 붕대가 감겨있었지만 딱히 크게 다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특별히 쑤시거나 아픈 곳도 없었고, 뻐근하지조차 않았다. 찰리는 다쳤는데 나은 것인지 다치지 않은 것인지 분간할 방도가 없었다. 찰리가 병실을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하는 와중에 간호사는 다시 찰리에게로 돌아와 소곤소곤 말을 전했다.
“부탁하신 대로 기자분들 다 대기실로 내려보내긴 했는데요~ 우상 신문의 신명아 기자라고, 찰리 씨랑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꼭 봐야 한다고 하던데~ 말만 꼭 전해 달래요~”
찰리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명아가 기자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셈이다. 당연히 이런 일이 생기면 취재를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말이다. 찰리는 초조해지는 손끝을 오밀조밀 쓰다듬기 시작했다.
명아를 버리고 온 것은 찰리 자신에 대한 감정이나 선택조차도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반쪽으로 나뉘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죽고 싶어 하며 살아야 했다는 걸 알게 된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던 셈이다. 더군다나 찰리는 반드시 죽어야만 하는 강압적이고 끔찍한 목표마저도 있었다. 그래도 애틋한 감정을 품었던 대상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죽음을 선택하기는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찰리는 비밀의 정원에서 미동도 않고 기절해있던 명아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된 일이었다. 다시 명아를 휩쓸리게 할 수는 없었다. 명아는 이 모든 일과 아무런 관련도 없으니까 말이다. 운명이 있다면 찰리는 명아의 운명을 읽었겠지만, 명아는 마치 운명이 정해지지 않은 사람마냥 찰리의 삶을 예측 불가능함 그 자체로 바꾸어놓았었다. 어쩌면 찰리는 그 갑작스러운 예측 불가능성이 조금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던 찰리의 삶에서 명아와의 조우는 수많은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불러일으켰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찰리는 명아가 찾아왔다는 전언만으로도 감정이 온통 널을 뛰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의아해하는 간호사의 감정을 읽으며 찰리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간호사는 약간의 짜증과 걱정으로 찰리를 바라보았다. 찰리는 간호사가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읽었고, 어서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갈망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리움 역시 느꼈다.
찰리는 그 그리움이 미웠다. 길의 끝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는 그리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그리움을 다시 알아버린 것이다. 그 마음은 내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다. 찰리는 간호사가 부인을 그리워하듯, 자신의 감정도 결국 명아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두려운 길의 끝에 서기 전에 찰리는 그래도 명아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찰리는 간호사에게 말했다.
“그 기자분을 만날게요. 하지만 오직 그 기자 분 만이어야 해요. 다른 분들에게는 알리지 말아 주세요.”
간호사는 네에~ 하는 대답을 남기고 간호실을 빠져나갔다. 찰리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을 5분가량 즐길 수 있었다.
명아를 만나서 첫 말을 뭐라고 해야 할지 골똘히 고민한 덕분에 찰리는 문이 열리는 순간 배신감을 느껴야만 했다. 문을 열고 간호사와 함께 들어온 것은 낯선 남성이었다. 아니, 처음에는 낯설다고 생각했지만 찰리는 곧 이 남자의 감정을 어디서 느낀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자신을 몇 번 인터뷰했던 기자였다. 하지만 분명 이 기자의 이름은 신명아가 아니었을 텐데- 찰리의 생각을 끊고 들어온 기자는 우악스럽고 굵은 손으로 찰리에게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우상 신문의 김명박 선임기자입니다. 이렇게 해야지 만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김기자는 찰리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분명 문 앞에는 이 이상한 소년과 인터뷰를 하고 싶어 하는 기자가 수백 명은 줄지어 있었지만 김기자는 그중 한 명이 아니었다. 물론 국내에 존재하던 감정 탑이 동시다발적으로 작동 정지하고 폭발한 것은 큰 사건이기도 했고, 이 소년은 가는 곳마다 풍지평파를 일으키는 재능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 이 순간 김기자에게 그런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특종을 잡을 생각보다도, 사건을 이해하려는 갈망보다도 김기자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제가 기억나실 겁니다 찰리 씨. 인터뷰를 몇 번 했었지요.”
“용건만 말씀하세요 기자님.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니, 저는 당신이 무언가를 확실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명아의 이름을 댔을 때 저를 들여보내 줬겠지요.”
찰리는 개인적으로 명아에게 할 말이 있었다고 하고 싶었지만, 정작 생각해보니 명아를 실제로 만났다고 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몰랐다. 찰리는 침묵을 지켰고, 김기자는 애써 격앙된 감정을 억눌렀다.
“대답하기 싫으신 것 같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신명아 기자를 어떻게 했습니까? 죽였습니까?”
찰리는 예기치 못한 질문에 크게 당황했다. 그는 당연히 명아가 곧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간 줄 알았다. 그것은 한여름 여사가 찰리에게 약속했던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눈앞에 서있는 기자의 감정을 읽어 보건대 명아는 그 뒤로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찰리는 당혹 속에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명아를 죽이다니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왜 신명아 기자, 아니 명아가 당신을 만난 이후에 실종된 겁니까? 당신 주변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지 않았습니까. 신명아 기자도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까?”
찰리는 큰 아픔을 느꼈지만 결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아닙니다. 신명아 기자는 죽지 않았어요. 제가 죽이지도 않았고요. 저는 당연히 명아가 집으로 돌아갔을 줄 알았습니다.”
“그럼 최소한 마지막 종적은 알고 계시다는 얘기군요.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침묵은 대답으로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저는 지금 여기에 인터뷰나 취재 따위를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아끼는 후배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지요. 명아에게 해코지를 하셨다면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찰리는 김기자의 검은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안에서 이글거리는 것은 찰리 역시 휘두른 적이 있었던 분노의 불꽃이었다. 그리고 찰리는 저 감정에 휩싸인 사람이 얼마나 제정신이 아닌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찰리는 눈앞의 성난 성성이 같은 기자에게 약간의 이성이라도 회복시키기 위해 차분한 톤으로 서늘한 감정을 실어서 말했다.
“마지막으로 명아를 본 것은 비밀의 정원 안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감정 기술의 창시자인 한여름 여사님을 만났었지요. 그곳에서 모종의 사건을 함께 겪은 뒤 제각각 갈 길을 갔는데 명아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던 모양이군요. 그 뒤로는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김기자는 찰리에게 더 꼬치꼬치 캐물으려다가 말았다. 그는 직감적으로 찰리에게 무언가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동시에 아무리 물어본다고 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것 역시 느꼈다. 김기자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찰리에게 물었다.
“궁궐에서의 대폭발과 감정 탑 폭발 사건 사이에 연관성이 있습니까? 아니....... 찰리 씨와 연관이 있는 사건인가요?”
김기자의 예상대로 찰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을 읽지 못하는 김기자라고 해도 머뭇거리는 찰리를 보며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있었다. 찰리는 차마 자신이 죽어야 다 끝나는 일이라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김기자는 찰리의 눈에 서린 두려움의 감정을 보며 어렴풋하게 눈치챌 수는 있었다. 김기자가 '행운을 빕니다.'라고 말한 것은 그래서 찰리에게 어지러운 의미들을 남기고 말았다.
찰리는 김기자가 나가며 닫아버린 문을 한참이고 쏘아보았다. 찰리의 내면에선 갖가지 감정들이 사투를 벌여댔다. 명아에 대한 걱정과 당장이라도 찾으러 나가고 싶은 초조함이 죽음을 맞이하려는 공포와 부딪히며 격렬한 혼돈을 초래했던 것이다. 찰리는 바닷가에서 겨우 가라앉혔던 감정이 몇 배는 더 거세게 날뛰는 것을 느꼈다. 감정탑이 터져나간 여파로 주변 지역에는 주인 없는 감정들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어오고 있었다. 그 감정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춘풍처럼 흥분을 불어넣기도 하고 추풍처럼 우울과 그리움을 수놓기도 했다. 사람들의 감정이 갈대처럼 요동치는 것을 보며 찰리는 수도권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찰리는 잠시 명아에 대해서 생각을 접어두기로 했다. 일단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탑을 찾아야 했다. 명아를 다시 만난들 만나지 않는들 그것만이 유일하게 타당한 선택지였다. 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찰리는 아까부터 삑삑거리던 란을 옷 주머니에서 꺼내 들었다. 찰리가 입고 있던 옷가지와 소지품들은 침대맡 옷걸이에 고이 걸려있었다. 찰리는 침착하게 옷을 갈아입으며 란의 메시지를 읽었다.
- 탑이 감정을 폭발시켰어. 정신 차린 거야?
- 응. 왜 터진 거야?
- 애도의 말로는 살의가 개입한 것 같대. 감정을 압축하던 기능이 폭주를 일으켰나봐.
찰리는 잠시 머뭇거렸다. 감정을 압축하는 기능이라면 자기 자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이었다. 찰리의 망설임을 눈치챈 란은 빠른 답장을 보냈다.
- 맞아. 애도가 너를 설득한 것과 마찬가지로 살의도 탑 속의 널 유혹했겠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감정탑은 폭주했어.
찰리는 옷을 입는데 전념했다. 지독하게 쌓여있던 감정들이 폭주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비밀의 정원에서 똑똑히 봤었다.
-마귀들이 도심에 나타난 거야?
- 아직. 특이현상들은 아직 상층부에 국한되어 있나 봐. 애도가 먼저 그 자리에 가있어.
- 애도의 목적은 뭔데?
- 인간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찰리는 그것이 약간 이상한 대답이라고 생각했지만 고민할 겨를 없이 마지막 지퍼를 올렸다. 란은 붉은색으로 변화하며 삐삐거렸다.
- 애도가 시간이 없대. 곧 있으면 탑 중간지역까지 감정 변이가 번질 건가 봐. 거긴 민간인들이 많아. 서둘러서 수도로 돌아가야 해 넌.
옷을 다 입은 찰리는 다급한 마음으로 란에게 쪽지를 보내며 약간 한심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 그래서 어떻게 수도로 가는데? 너 혹시 이동수단으로 변신도 가능하니?
찰리는 화면에 인터넷 기차 티켓을 출력해 보이는 란을 보면서 바보가 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찰리는 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병원을 탈출해 나왔다. 란은 주변에 감정에너지가 풍부한 만큼 비밀의 정원에서처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고, 찰리는 창문에 감정의 끈을 묶어서 지상까지 손쉽게 내려올 수 있었다. 란은 그 외에도 감정끈을 미래의 지점에 묶고 끌어당기면 미세하게 공통 시간을 벗어나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찰리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란의 말을 따라 기차역에 도착하는 자신의 모습에 감정끈을 묶은 뒤 잡아당기며 걸었다. 그는 기차역에 도착한 뒤에야 15km를 걷는데 고작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단하다는 찰리의 말에 란은 화답을 하지 않았지만, 찰리는 란이 사람이었다면 어깨를 으쓱하는 몸짓을 했을 것이라는 걸 감정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기차는 놀라운 속도로 수도를 향해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뉴스에는 온통 감정탑 폭발 사건에 관한 이야기였다. 더불어 메인 시스템인 수도권의 대감정탑은 아직 멀쩡하다면서 탑 중심부 쇼핑몰에서 즐거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시민들을 비췄다. 찰리는 자신이 서두르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이 곧 지옥으로 변할 것이라는 걸 알았다.
10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