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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에게 효도 여행을

2025년 1월 9일

by 양동생

효도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묘한 감정을 남긴다. 흔히 부모님에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개념을 조금만 확장하면 꼭 부모에게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 존경하는 사람에게, 늘 고마운 사람에게, 그 사람이 더 나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것 역시 효도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누나에게 ‘효도 여행’을 보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누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여행이 삶의 중요한 부분인 사람인 것 같다. 일상에 지쳐도, 좋은 일이 있어도, 고민이 쌓여도 결국 여행이라는 선택지로 답을 찾는 사람. 마치 여행이 삶의 리듬을 회복하는 장치인 것처럼.


그런데 정작 그런 누나는 늘 바빴다. 취재 일정에 치이고, 마감에 쫓기고, 하루하루를 밀려가듯 살아가면서도 ‘여행 가고 싶다’고 쉽게 말하지 못했다. 떠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도, 정말 떠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일 때문에, 일정 때문에, 혹은 그저 떠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래서 나는 누나가 고민 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효도 여행이라는 건 단순히 ‘비행기 표를 끊어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사람이 온전히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떠나야 한다는 핑계를 만들어 주는 것, 그리고 돌아왔을 때 다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그러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면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누나, 여행 가세요.” 같은 뻔한 말 대신, 그 여행이 누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것. 여행지가 아니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가 누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누나가 조금 더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늘 무언가를 책임지고, 누군가를 배려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작 자기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그런 누나에게 효도 여행을 보낸다는 것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이번만큼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다녀오세요’라고 말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어떤 여행이 누나에게 가장 필요한 여행일까. 어떻게 해야 누나가 망설이지 않고 떠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해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또 하나의 덕질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나는 끝까지 해볼 생각이다.


누나에게 제대로 된 효도를 하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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