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0일
오후, 누나가 당직 근무 중인 사무실로 커피 한 잔을 들고 갔다.
당직이라는 건 언제나 피곤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쉴 때, 혼자 출근해 사무실을 지키는 일. 반복되는 전화 응대, 갑작스러운 기사 작성 요청, 일이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은 공기의 무게. 나는 그 무게를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있어 그런 시간을 보내는 누나를 상상할 수는 있었다. 그래서 커피를 한 잔 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별다른 의미 없이, 그냥.
하지만 커피를 건네는 순간, 누나는 표정이 굳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잠깐 당황한 듯한 눈빛, 빠르게 주변을 살피는 움직임. 어색한 말투. 제대로 인사도 해주지 않은 채 나를 보내고 얼마 뒤 카톡이 왔다.
그리고 한 템포 늦게, "국장님 있는 줄 알고 놀랐다"는 말. 그리고 "잘 마신다"는 짧은 한 마디.
나는 그 순간, 묘한 감정을 느꼈다.
누나는 사무실에서 후배가 굳이 커피를 들고 찾아오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불필요한 관심처럼 보일까 봐 신경이 쓰였을 수도 있다.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선을 지키며 일하는 사람. 나는 그런 누나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어쩌면 너무 쉽게 다가갔던 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나는 결국 커피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서 작은 뿌듯함을 느꼈다.
누나와 나 사이에는 언제나 ‘거리’가 존재한다. 너무 멀면 무심해 보이고, 너무 가까우면 부담이 된다. 덕질이란 결국, 그 거리 속에서 균형을 잡는 일인지도 모른다. 커피 한 잔을 건넨다는 것, 그 단순한 행위조차도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누나는 아마 이 커피를 내일이면 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억할 것이다.
오늘 오후, 누나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넸던 순간을. 그리고 그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꼭 나쁜 일을 하다 걸린 것 같은 그 표정도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