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7일
오늘은 점심 무렵부터 내 안에서 작은 불쾌함이 차올랐다. 물방울 하나가 조용히 컵 가장자리를 넘기는 것처럼, 이유도 분명하지 않은 채로.
누나는 나랑 밥을 먹을 때마다 내가 밥값을 내려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그 말을 여러 번 들었고, 그래서 이제는 그냥 웃으며 넘기는 법도 배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말이 내 동기에게 흘러갔다는 걸 알았을 때, 그 순간 마음 어딘가가 철컥하고 잠겼다. 평소의 누나는 사적인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내 동기에게는 허물없이 전해졌다는 사실. 그러니까, 나는 아마 질투했던 것 같다.
늘 나는, 누나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뭔가를 애써야만 했었다. 마치 닫힌 문 너머에서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사람처럼. 하지만 내 동기에게는 그 문이 처음부터 열려 있었다는 것. 이유를 찾고 싶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생김새 말고는 다른 게 없다고 믿고 싶었지만, 사실 그것조차 위안이 되지 않았다.
아침엔 나름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사이에서 나눈 밥 얘기, 다른 사람에겐 하지 말아 줘.”
부탁이라기보단, 마지막 자존심처럼 건넸던 말이었다.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그 끄덕임이 어떤 마음에서 나온 건지 끝내 확신하지 못했다.
오늘은 누나가 내게 신발을 사준다며 롯데몰에 같이 가기로 한 날이었다. 하지만 나는 신발에 관심이 없었다. 진짜 목적은 어제 전하지 못한 베이글을 건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냥 팥고당 하나쯤 같이 먹고 오는, 그런 조용한 봄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나는 차로 같이 가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누나는 “네 차는 이제 안 탈 거야”라고 말했다. 말투는 단호했고, 나는 순간 가슴속에서 스르륵 뭔가가 꺼져버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심술을 부렸다. “그렇게 갈 거면 그냥 집에 가버려.”
결국 누나는 말했다. “내가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그 말에 놀랐고, 또 아팠다.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칼날처럼 박히는 문장이었다. 그날의 모든 감정이 그 한 문장에 담겨 있었다. 무력감. 실망. 그리고 아마도, 피로감.
나는 롯데몰이 사실은 그냥 장난이었고, 베이글 하나만 받아주면 안 되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감정의 끈은 끊어진 뒤였고, 누나는 돌아섰다.
그날 밤, 나는 사과했다. 변명하지 않고, 그냥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겠는지를 조용히 말했다. 다행히 누나는 그 사과를 받아주었다. 그 순간, 나는 숨을 돌릴 수 있었고, 또다시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날은 정말 아찔했다. 그리고 어려웠다.
마치 잘 익지 않은 베이글을 한입에 삼킨 느낌. 말랑하지도 않고, 고소하지도 않은, 그냥 목에 걸리는 감정의 조각.
나는 여전히 누나를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그리고 무겁게. 그래서 아마, 질투도, 실망도, 사과도, 모두 진심이었다고 믿고 싶다. 오늘은 그런 하루였다. 베이글 하나 건네지 못한 하루. 마음만 베이글처럼 구겨졌던, 그런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