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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뭐 할지 추천받음

by 고정문

퇴사한다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려고 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내가 뭘 하면 좋을지 조언해주곤 했다.

가장 많이 듣는 것은 여행가라는 조언이다.

“여행가. 해외여행 지금 가면 티켓이 싸. 퇴직금으로 가면 되겠네. 일단 유럽으로 가라. 퇴사했으면 여행은 국룰이지! 휴가소진하는 동안 다녀와라.”

두 번째는 장사하라는 조언.

“야야, 우리 회사 앞에 김밥집 하나 차리면 잘될 거 같아. 샌드위치도 괜찮고, 쌀국숫집도 생기기만 하면 대박 날 것 같은데. 일단 월세가 300이니까.. 배달도 하고..”

세 번째는 유튜버 되라는 조언.

“게임방송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 동숲 같은 거 하는데도 은근 사람들이 많이 본다니깐. 언니 목소리가 조용조용해서 어울릴 듯. 그냥 사람들이 틀어놓는데 그게 다 돈이야.”

그 외에도 ‘일단 쉬면서 생각 정리해도 좋겠네.’라던지, ‘바깥은 겨울이야. 자리 잡고 퇴사하는 게 맞지 않아?’라는 조언이 있다.


친구들의 조언은 나의 재정상황과 성격을 잘 고려하여 나온 그럴싸한 플랜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그들의 욕망이 담겨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너 퇴사하면 뭐 할 거야?’ 하는 질문에 나올 대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 가고 싶은 사람, 장사하고 돈 벌고 싶은 사람, 유튜브로 돈 벌고 싶은 사람. 혹은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 회사 밖은 아직 두려운 사람. 나를 생각해 주는 친구들의 말에서 그 사람이 지금 어떤 마음인지를 들여다본다.

아마도 계획 없이 퇴사한다는 친구가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지.

“이제는 진짜 네가 하고 싶은 게 뭔지 고민해 봐. 퇴사까지 하는데, 이제 진짜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아야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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