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얼굴 없는 예술가

아이러니의 끝판왕, 뱅크시

by 김경섭

뱅크시. 그는 자기 마케팅의 천재인가 아니면 자기모순의 왕 인가?


2018년 영국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한 작품이 15억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었다. 그런데 곧 작품이 작가가 작품 속에 설치해 놓은 자동 파괴 장치에 의해 현장 실시간 생방송으로 파손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바로 전 세계의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 되었다.



작품은 훼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명세에 의해 가치가 더욱 올라갔다. 3년 만에 다시 경매에 나와서 기존 가격보다 18배가 높은 3백억 원에 낙찰되었다. 총알이 관통해서 훼손된 앤디 워홀의 작품이 유명한 에피소드와 사람들의 관심에 의해 더욱 가치가 올라간 것처럼 말이다.


사건과 작품의 주인공은 얼굴 없는 화가이자 현대예술의 테러리스트라 불리는 뱅크시이다.

기존의 난감하고 허세로 가득한 미술의 권위에 대해 반기를 들고, 쉽고 강하게 이해되는 직설적 화법의 스텐실 작업으로, 거리의 벽면에다 그라피티 작업을 재빠르게 하고 도망치는 방식으로 유명해진 작가이다.


일단 그의 작품은 포스터처럼 대중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직설적이며 쉽고 풍자가 있고 강렬하다. 예를 들면 화염병 대신 꽃을 던지는 남자, 베트남 전쟁으로 벌거벗은 채 울며 도망치는 소녀의 팔을 잡고 있는 미키마우스와 맥도널드의 삐에로 등을, 스프레이를 분사하는 스텐실 기법으로 그렸다. 그럼으로써 반전주의와 반자본주의의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달하고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과 반향을 이끌어냈다.




기존의 대가들처럼 상부에서 제작되어 밑으로 툭 떨어지며 퍼진 것이 아니라, 마치 유튜브 스타처럼 밑에서부터 호응을 얻고 인기를 쌓아서 대가가 된 역방향 수퍼스타 작가이다.


그 후로도 그는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 몰래 잠입해서 가짜 작품을 진짜 작품들 사이에 슬쩍 진열해 놓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것을 진지하게 감상하게 만든다거나, 길거리에서 배우를 고용해 자신의 진품 작품을 아주 싼 가격에 판매해도 잘 팔리지 않는 몰래카메라 퍼포먼스를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현대미술과 미술관의 권위를 조롱하고 사람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확실히 연예인적인 쇼맨십과 대중들이 반응하고 좋아할 만한 메시지와 스타성을 갖춘 독보적이고 매력적인 작가이다.


그런데 그렇게 부패한 예술계와 예술의 상업성을 비판하면서도 어느새 그것들을 십분 활용해 유명세를 얻고 막대한 부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거품이 잔뜩 낀 미술의 상업화를 비판하는 작업을 하면서 온갖 관심을 집중시켜서 정작 자신의 작품값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고, 예술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면서 그 토대 위에서 자신 또한 가장 큰 권위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익숙하고 씁쓸한 광경이지만 그것을 가장 극단적이고 가장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뱅크시는 그가 가지고 있는 극단적인 이율배반성만큼이나, 열광적인 팬들과 그를 아주 싫어하는 안티들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매우 독특한 작가이다.


참으로 예술은 아이러니하다. 그 극점에 바로 뱅크시가 깃발을 꽂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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