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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Aug 04. 2020

퇴사자가 입밖에 내면 안될 '이것'

결국 저질러버렸다. 퇴사


일부러 가족과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았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고 싶었다. 퇴사 다음날 엄마가 내게 물어봤다. "너 일하러 안가? 왜 퍼질러 자고 있어?" 아..올 것이 왔다. 엄마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나 퇴사했어. 당분간 좀 쉬려고. 그동안 너무 쉴 틈 없이 달려온 것 같아"


예상대로 엄마는 노발대발했다. "아니, 하루에 4시간 자고 일해도 모자랄 판에 뭐? 퇴사? 제정신이니???? 블라블라..." 들리지 않았다. 나름 확고한 결심을 했고, 퇴사 후 계획까지 세워놓은 상태라 엄마의 폭풍 잔소리에 흔들리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더 이상 엄마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다 큰 딸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하며 포기하신 듯했다. 여태껏 부모님 손 벌리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본다.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불합리한 조직문화, 발전하지 않는 회사, 골프, 드라마, 아이돌에 미친(?) 상사, 개인적인 매너리즘, 건강악화 등 각자만의 사정을 가지고 직장을 그만둔다.


직장에 다니는 지인들은 하나같이 이런 푸념을 털어놓는다. "이 X 같은 회사 때려치워? 말어?" "와 진짜 더러워서 못해먹겠네"라는 말투로. 웃긴 건 정작 그렇게 말한 당사자 대부분 회사를 때려치우지(?) 못하고 자신이 말했던 그 X 같은 회사를 계속 다닌다.


언젠가 누군가 내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맨날 사장 XX는 나보고 오라가라야?.. 블라블라 회사 욕 이것저것..." 참다못해 이렇게 한마디 했다. "사장 XX보기 싫으면 회사 때려치우던가, 아니면 퇴근하고 이직 준비해서 더 나은 곳으로 가던가!" 그 사람은 더 이상 내게 불평을 늘어놓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내 앞에서만 아무 말도 안 하는 걸 수도..



퇴사는 어떤 이유가 됐든, 용기를 갖고 선택한 일이다. 결국 스스로가 직장에 얽매이는 삶을 잠시 접겠다는 의미다.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을 포기한 채 스스로 고독한 삶을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 잘못하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백수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라. 낮에 자고 밤에 일어난다. 라면과 게임으로 하루를 다 보낸다. 하루 종일 밖에 나가지 않는다. 씻지 않아 몸에서 냄새가 난다. 표정이 어둡다 등 죄다 부정적인 이미지다.


퇴사자는 백수가 되면 절대 안된다. 백수생활하려고 퇴사한 건 아니니까... 퇴사자는 일을 쉬는 기간 동안 자신을 더 혹독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수험생만큼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제 퇴사자를 지켜줄 안전망은 없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정의내릴 필요가 있다.


자신을 소개할 때 '백수'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다. 대신 동사형 명칭을 사용하라


퇴사자들은 알게 모르게 주위 사람들에게 '저 백수입니다. 집에서 놀고 있어요'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말조심해야 한다. 말과 관련된 유명한 명언이 있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삶이 된다

자신을 백수 취급하면 위에 언급된 백수 인생을 살대 전 직장과 다를 바 없는 곳으로 재취업한다. 그러니 백수 대신 동사형 호칭, 예를 들면 "쉬고 있습니다" "퇴사 후 저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안식년을 보내는 중입니다" "재취업 관련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해 보자. 그러면 주위 사람들의 대우가 달라질 것이다. 그와 더불어 퇴사자인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도 긍정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잘 쉬고 좋은데 취직하렴"이라는 격려를 들을 수 있다.

다시 요약
- 백수라는 단어 금지. 입밖에도 꺼내지 말자
- 동사형 호칭 사용하기
- 말은 힘이 있다. 스스로를 새롭게 정의하라


더 이상 회사에서 쓰던 호칭을 쓸 수 없다. 퇴사자는 자신을 더욱더 확고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멋진 호칭을 붙여도 스스로 행동하지 않으면 "주둥이(?)만 살아있는 녀" 될 것이다.


자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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