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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Mar 26. 2023

독일에서 정리정돈 잘하고 살기

feat. Ebay Kleineanzeige



이사 후 집안 정리정돈과 삶의 질

이사날 아이가 아픈 바람에 또 말로 다 못할 고생을 했고, 이사업체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더블 월세를 내는 2월 내내 옛집과 새집을 오가며 잔 짐들을 정리했다. 결국은 돈은 돈대로 쓰고 차로 두 집을 여러번 왔다갔다하면서 고생을 엄청 했다는...

독일은 집 나올때 Übergabeprotokol이라고 들어갈때랑 똑같이 해놓고 나와야해서, 청소도 사람써서 싹하고 페인트까지 새로 발라놓고 나오느라 마지막까지 신경쓸게 많았다.


이사가 완료되고 새집에 보다 더 집중 할 수 있었는데, 지하에 짐을 많이 정리해두어서 실제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은 가볍게 살수 있어 좋다. 물건이 필요한 것 외에는 없는 것이 얼마나 사람 머릿속까지 가볍게 해주는 일인지 요즘 실감하고 있다.

정리정돈, 집 꾸미기와는 영 거리가 먼 우리 부부가 정말 열심히 정리해서 이젠 사람사는 아늑한 공간이 되었고, 얼마전 아이 생일파티 할때도 사람들로부터 정리 많이 되었다. 집이 정말 좋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아서 뿌듯했다. (이런 피드백은 거의 인생에 처음)


매일 로봇 청소기를 돌리고, 물건은 바로바로 정리하고, 빨래도 매일 돌리며 깔끔한 집을 유지하는 일상이 즐겁다. 일어나면 침실 창문 열고 환기시키며 침구부터 정리하면 볼때마다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는.

정리가 나를 대접하는 1순위라는 생각을 매일 하고 있다.



물건 정리 / Ebay Kleine Anzeige

청소와 정리정돈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으로서는 '물건'이 자연스럽게 주 관심사다. 늘 집에 대해서 하던 말이 있다.


우리 집은 물건이 너무 많아.

잔 짐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어.


정말이지 이 자질구레한 물건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모르겠고, 언젠가는 이 물건들에 깔려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작은 물건들 정리정돈이 되질 않았다.

물론 지금도 완벽하진 않지만 이런저런 정리함을 사용해 하나씩 정리해나가며 어느정도 윤곽을 갖춰나가고 있다. (이케아의 작은 수납도구들을 십분 활용중)


그리고 물건을 정리하는 것보다 더 큰건 필요없는 물건을 정리하는 거다. 이런 물건들은 연식이 오래될수록 팔아도 제값을 받기 어려우니 사기 전에 많이 고민하고, 사고 나면 잘 쓴후, 쓸모가 없어졌을땐 구석에 방치하지 않고 바로 팔아치우거나 필요한 이에게 나눔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 물건이 차지하는 공간만큼 우리가 내는 집의 일부공간이 좀먹고, 결국 원인도 모른채

"집이 너무 좁아. 더 큰집이 필요해."

라는 바보같은 말을 하며 그러기엔 부족한 월급을 탓하며 스트레스를 받게 될테니까.


생각보다 정리 못하는 병이 인생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더라.

그래서 아이 물건 중 더이상 쓰지않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젖병 소독기, 유아용 카시트, 아기 저울, 아기 침대 등등등부터 정리해 Ebay를 통해 처리했다.

엄마들이 주로 쓰는 Vinted라는 앱을 추천받아 올려봤는데, 이 곳은 직거래 위주가 아니고 배송위주다. 회전율도 경험상 높지 않다.

반면 ebay는 유저가 많아서 그런지 올린지 1분만에도 3~4명에게 연락이 오고, 지금까지 이 채널을 통해 꽤 많은 물건들을 정리했다. 대신 여기 피싱범들이 많아서 조심해야하는데, 그로 인해 무조건 직거래만 진행하니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판매해서 얻는 수익은 사실 얼마 되진 않는다. 하지만 수익보다는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자니 너무 아깝고, 누군가 필요한 이에게 전달되어 잘 쓰인다는거, 그리고 그로인해 내 집의 공간이 점차 정돈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작지만 기분좋은 일이라 하나씩 팔때마다 기분이 매우 좋다.

오늘도 물건 2개를 팔았다.




최근 바쁜 일들이 많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내가 주로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지배력이 커졌다는 점이 가장 좋은 변화인 것 같다. 독일에 와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 이 나라에서 살며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 중 대부분이 infra와 시스템때문이라 내가 control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는데, 내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부분들, 이를테면 내가 생활하는 공간, 내 하루를 여는 루틴 같은 것들부터 내 스타일로 세팅하고 만들어가니 여기서 느껴지는 기쁨이 크다.


특히 정리정돈이라는 테마는 나에게 늘 숙제였는데, 투자한 시간에 비해 정리가 너무 안되니 엄청 스트레스를 받다가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다른 모든 일들처럼 내가 어차피 정리를 완벽하게 할 수는 없잖아? 살림고수들처럼 완벽하게 하려고 하니 스트레스를 받지. 그냥 지금 내 눈앞에 널려있는 이 연필부터 연필꽂이에 꽂자.'

하고 하나씩 지금 할 수 있는 걸 했더니 어느새 집이 조금씩 정리가 되고, 나의 살림 능력을 늘 의심하던 우리 신랑에게도 칭찬을 많이 들었다.


정리에도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라는 공식이 통하는 것 같다.


아직 이 곳에서 운전도 새로 배워야하고, 언어도 더 강화해야 하고, 등등 노력하고 배울 것이 많다. 하지만 한 걸음부터 시작해보자. 그럼 어느새 도달해 있겠지. 그렇게 살아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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